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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2003년 봄학기가 시작되네요...

이병호 2003.01.24 04:07 조회 수 : 3737 추천:94

미국의 좋은 대학들에서는 코스웍이 강하다.

깊이 있게 배우고, 숙제도 있고 term project도 있다.

휴강은 거의 없고, 학생들의 세미나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없다.

강의록이 개학에 맞추어 노트로 묶여서 학교서점에서 미리 팔리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교수건 학생이건 강의와 수업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우리의 코스웍도 그간 많이 개선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좀 차이가 있다. 숙제를 많이 내고 많은 양을 가르치면 학생들이 시간을 거기 써야하고,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에 매달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우리의 경우는 강의보다는 연구 또는 프로젝트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어떤 유명 대학의 유명한 교수가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정책 자문도 했다는 사람이라던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내가 지금 이렇게 강의하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다."라고 했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비판에 홍역을 치른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에게는 인정(?)이란 것이 있는 것도 좀 문제다. 대학원 학생들도 수업도 안 들어오다가 시험 때에는 졸업을 못한다며 학점을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졸업은 할 수 있게 성적을 주는 경우들이 있다. 퇴직하신 어떤 교수님은 교육은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라고 학생을 살펴주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신 분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냉정하다. 못하면 짤리는 것이 당연하다.

스탠포드 대학을 예로 들어보자. 거기의 대학원 Electrical Engineering에 한국 유학생이 거의 70~80 명 있다. 여러분 친구들 중 스탠포드에 간 예를 많이 알 고 있을 것이다.

어제 스탠포드에 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생을 만났는데, qualifying exam 의 경쟁률이 3:1 이라고 하더군. 한 번 떨어지면 대개 그 다음 학기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거기서도 떨어지면 나가야 한다. 석사학위만으로 졸업하는 것이고 박사과정에 진학은 못하는 것이다. 처음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다면 그냥 나가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제 다른 대학들에 다시 지원을 한다. 스탠포드의 경우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 반 정도를 탈락시키는 것 같다. 우리 학부 졸업생들이 거기서 문제시 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긴 하다.



이런 시험에서는 교과서에 없는 문제들이 나온다. 처음보는 문제들로서,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응용력을 테스트한다. 그래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싶으면 내보내는 것이다.



내가 UC Berkeley에서 시험을 치를 때는, 세 과목을 자신이 택하는데 (전공 한 과목과 그 외의 분야에서 두 과목), 각 과목당 세 명의 교수에게 찾아가서 각각 20분씩 구두 테스트를 받았다. 즉, 9 명의 교수에게 개별적으로 가서 20분씩 테스트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이 시험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그 때 내가 선택했던 과목들이 전자물리, 집적회로, 신호 및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예를 하나 들자면, 집적회로 시험을 보러 어느 교수 방에 들어 갔더니 칠판에 bipolar 트랜지스터와 MOSFET이 섞인 회로도를 가득 그려놓고 있었다. 내게 하는 말이, 아마 너는 이런 BiMOS 회로를 처음 볼 텐데, 이 회로를 분석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 때 순순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건방지게스리, 나는 한국에서 석사를 했는데, 이런 회로를 좀 봤다라고 말을 하는 우매한 실수를 범했다. 그러자, 그 교수는, 그래? 그러면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하고 덤벼들었다...

그래서, 하여튼 학생들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많고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후에 암으로 작고하신 어떤 유명한 교수님이 있었는데, 시험보는 학생은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라,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내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했느냐고 물었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 거라고 냉정히 말하던 모습이 선하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교수님은 학생을 고생시키기로 유명한 분이었는데, 질문이 뭐 이런 식이다. 어떤 법칙에 대해 묻고, 그게 항상 성립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이거 정말 불안하다. 그래서, 이리 저리 말을 돌려 하면, 그러니까 항상 성립하는 거냐 아니냐하고 따져 묻는다. 그러면 마지 못해 선택을 해야 한다. 항상 성립합니다라고, 예를 들어. 그러면, 마지막으로 일격을 받는다. "Are you sure?"

어떤 경우는 Ohm의 법칙이 무어냐는 질문에 V=IR 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더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단호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대답하자 그러면 나가라고 해서 1분 만에 시험을 끝내고 나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제대로 된 답은 scattering 부터 시작해서 온갖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며 V=IR 의 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기본적으로 미국대학원들은 다양한 대학 출신의 학생들을 받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학생을 안 믿는다. 코스웍으로 가르치고, 테스트를 해서 능력이 모자란다 싶으면 가차없이 짜르는 것이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우리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마디로, 서울대를 개혁한다면, 교수만 아니라 여러분도 각오를 해야 한다...

열심히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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