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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그러나 신묘막측한...

이병호 2007.04.11 18:19 조회 수 : 3930 추천:143

김 세윤의 글을 보니 2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첫 애의 반에서 단체로 서울 근교로 나가 하루 밤을 자며 별을 보고 온 일이 있다.
극성인 나는 거기 따라 간 몇 안 되는 아빠 중 하나였다.

그날 밤 망원경으로 목성과 거기 딸린 위성들을 본 감회를 잊을 수가 없다.
목성의 위성을 처음 발견한 건 갈릴레이였다.
네덜란드 사람이 망원경을 발명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자신도 궁리를 하여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Code V와 같은 시뮬레이터도 없이...). 그것으로 해의 흑점도 발견하고, 달의 지형도 보고 거기 비친 그림자로 달에서의 산의 높이도 계산하고, 금성도 초승달이나 보름달처럼 모양이 바뀐다는 것도 알아내고, 그리고, 목성에 위성이 달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때 갈릴레이가 느꼈을 경이로움이 어떠했을까?

어느 날 아인슈타인이 밤하늘을 보며 넋을 놓고 있길래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다.

밤하늘의 그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들을 바라보면, 우리가 한갖 작아지고, 그래서 이 넓디 넓은 우주에 지능을 가진 생물이 우리 말고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최근에 내가 관심 있게 읽은 책은 "브레인 스토리"이다. 수전 그린필드라는 영국의 생리학자가 쓴 것인데, BBC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모은 자료 등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뇌라는 시스템의 세포와 뉴런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절묘하게 작용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거기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두 가지의 느낌을 갖게 된다.
하나는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도 결국 다 세포와 뉴런의 얽히고 설킨 물질적 활동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것, 심지어 의식이란 것도 뇌에서 만들어 낸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진화될 필요가 있었는냐, 또,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질 수가 있었는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의식'에 대한 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기 나온 내용을 보면...
사람의 손을 핀으로 찌르면 뇌에 그 자극신호가 전달되는 데에 20ms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찔렸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는 500ms가 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480ms 동안에 의식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류 테니스 선수는 시속 190km 이상의 속력의 서브를 넣고 상대 선수는 400ms 초 미만의 시간에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파악해 받아친다. 이는 단순히 조건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공을 어디로 쳐서 보낼 것인가까지 판단하여 쳐 내는 전략적 행동이라는 것이고, 이런 과정이 이에 대한 의식을 하기 전에 모두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뇌가 그 주인인 인간이 '의식'도 하기 전에 조직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면, '의식'이란 건 뭐하러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또 놀라운 건 이런 게 있다. 피험자가 버튼들 중 어떤 것을 누를 지를 맘대로 정해 누르게 하며 뇌의 신호를 관측하는 것인데, 대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 된 후 1초 정도 지나서 운동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즉, 어떤 버튼을 누를 것인가를 잠재의식이 정하여 결정하고 이를 '의식'에 통보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생리학자가 아니니, 이런 실험들이 얼마나 바른 것인지 등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생물이란 것은, 특히 인간이란 것은, 성경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신묘막측(神妙莫測)하다는 것이고, 생명에 대한 연구가 과학에서 최후로 남은 가장 어려운 주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과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은 단지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라 놀라운, marvelous한 존재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아끼며 사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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