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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 백승인 결혼

이병호 2006.04.09 05:31 조회 수 : 3820 추천:103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결혼식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는 하객 여러분께 양가 혼주를 대신해서 주례인 제가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한 쌍의 부부를 낳아서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양가 부모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이 좋은 날을 택하여 신랑 신부 양가 어른들과 일가 친척, 친지 그리고 이 많은 하객들을 모신 가운데 이 사람이 주례를 맡게 된 것, 또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신랑 백 승인 군은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매우 유능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입니다. 박사 학위 과정 중에는 서울대 정보기술 두뇌한국 21 프로그램과 영국 Southampton 대학의 공동지원으로, 공동연구를 위해 영국 Southampton 대학에 1년 반 동안 파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신부 권 미영 양은 동덕여대 미술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하였던 재원으로서, 현재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등 지성과 리더십, 추진력, 책임감을 갖춘 모범적인 현대 여성입니다.



이 두 사람은 좋은 가문 출신으로서 지식과 교양을 쌓은 분들이라, 이 주례가 더 당부할 말이 없겠지만, 이 사람이 인생의 선배로서 느낀 점을 신랑의 지도교수 입장으로 당부함으로써 주례사에 갈음할까 합니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은 그 동안 사귀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다 파악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게 되었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연애 때는 알지 못했던 서로의 단점이 드러납니다. 더 나아가서, 부부가 살다 보면 좋은 일과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프고 어려운 일들도 생깁니다. 이럴 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성경에 보면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줍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없어지지만 사랑은 남습니다. 신랑, 신부의 사랑은 이제 시작입니다. 서로 사귀면서 확인했다고 생각한 사랑은 사실은 사랑의 씨앗입니다. 이제부터 진정한 멋진 사랑을 평생 만들어 가십시오.



그리고 내 가정의 온전함을 염두에 두고 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 사랑하고 같이 있어 행복하겠지만, 당장 내일부터라도 치약을 어디부터 눌러 짜느냐, 벗은 양말을 어디에 두느냐와 같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결혼은 생활이기 때문이지요. 좋은 말로 아무리 반복해도 고치기 힘든 지난 세월의 묵은 습관과 생각 때문에 서로 부딪치기 마련입니다. 또한, 집안 대소사의 문제에서부터 경제적 운용의 문제 등 많은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먼저 결혼했던 이 세상의 모든 부부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오늘 결혼하는 이 새 부부에게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갈등이 닥칠 것입니다.



그 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는 것과 아무리 화가 나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꼭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고, 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말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다”란 속담도 있습니다. 진부한 말들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전해져 오는 말들입니다.



말은 사라지지만 말이 남기는 독은 사라지지 않고 상처로 남습니다. 혀 끝까지 소리가 나와도 그냥 삼키십시오. 그것이 지혜입니다. 갈등이 있을 때는 지혜롭게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지식과 격정에 의존하지 말고 지혜와 슬기에 의지하십시오. 행복한 가정, 온전한 가정, 쉼터가 되는 가정을 서로의 노력으로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사회에서는 서로 경쟁하고 평가하고 평가 받지만, 가정에서는 서로 위로하고 감싸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또 스스로 중요한 사람임을 가정에서 확인 받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행복은 시골의 펌프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펌프는 처음에는 아무리 펌프질을 많이 하여도 물이 올라오지 않고, 빈 소리만 요란합니다. 그 이유는 땅 속에 물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펌프에 물이 메말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펌프에 물 한 바가지를 부어 넣으면 지하수는 샘물처럼 솟아오르게 됩니다.



가정의 행복도 이와 같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불평하지 말고 매사에 믿음과 사랑과 감사의 물을 부어 넣으면 행복의 샘물은 밑에서 콸콸 솟아오르게 될 것이고, 신랑 신부와 또, 태어날 2세들이 이 행복을 맛보며 기뻐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또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양가 부모님의 뜻을 항상 잘 살피라는 것입니다. 신랑은 처가 부모님을 새로 맞이하게 되었고 신부 또한 시가 부모님을 새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낳아 길러주신 친부모와 똑 같이 생각해서 양가를 내왕하면서 정성으로 효도를 다 해야 마땅합니다.



‘내리 사랑’이 크다는 것은 신랑 신부가 2세를 낳아 기르다 보면 진정으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중에 깨닫게 될 것을 지금부터 안다면 그처럼 현명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신부는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자식들은 꼭 직접 돌보며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신랑 신부는 이미 훌륭한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만, 한 가지 당부한다면 세상에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철학을 갖고 2세들을 양육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는 사랑으로 조화로운 가정을 이루길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신랑은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를 전공했습니다. 신부는 신랑에게 레이저의 원리를 물어보세요. 하나의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들은 똑 같은 파형을 가진 조화로운 빛입니다. 신랑 신부는 평생을 살아 가면서 서로 선순환의 영향을 주고 받아 서로 닮아 가면서 조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이 자리를 함께 하여 주신 하객 여러분께서도 새 출발하는 이 아름다운 가정을 지켜 봐 주시고, 미흡할 때는 따뜻한 보살핌이 있으시기를 부탁 드리면서, 이 가정이 항상 축복 받는 가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간단하나마 두서 없는 말로 이만 주례사를 마칠까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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