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OEQE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NCRCAPAS, Seoul National University

새로운 계기를 맞으며

이병호 2005.10.02 01:19 조회 수 : 3774 추천:123

내가 오늘자로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했다.

1994년 2학기에 전임강사로 부임한 후 11년의 기간을 채워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 연구실의 업적을 양적으로 본다면 대단하다.

승진을 위한 발표 논문 요건보다 스무 배인가의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심사용 논문을 추리느라 시간이 좀 들었다.

어떤 외국인은 내게, 교수들이 보통 평생을 걸려 갖고 싶어하는 이력서를 젊어서 가졌다고 축하한다고 하 사람도 있었다.



질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올해에 내가 국제 학술회의에서 7 편의 초청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부끄러운 정도는 아니다.



내가 서울대에 오게 되었을 때, 여기의 어떤 교수님은 내게 wonderful students를 가르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했었다. 서울대에 오니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축하'한다고 했지, '환영'한다고 한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학생들이 우수하기 때문에 서울대 교수는 복받은 자리이다.

현재까지 우리 연구실을 거쳐간 학생들은 정말 "wondeful students"였다.



외국에서 저명한 교수들을 보면 두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자잘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더 이상 우수한 업적은 나오지 않지만 이미 얻은 명예로 족하다. 더러는 관심을 이제 더 큰 곳에 둔다. 학장이라든가, 총장이라든가.



또 하나는 자신의 명예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뛰어난 논문이 아니면 발표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학생이 시시한 논문을 써 오면 야단만 맞고 버리게 된다. 학생들로서는 이력서에 넣을 논문 목록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그냥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죽어라 연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 정도 명예를 얻었으면 된 것 같고, 그 정도 상을 받았으면 된 것 같은데, 만족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좋게 보면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가 좋아서 계속하는 스타일이고, 나쁘게 보면 욕심이 끝이 없다. 어디에 속하는지는 자신만이 정확히 알겠지만...



내가 즐겨 하는 이야기이지만, 교수는 자영업이다.

휴일에도 가게 문을 열어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내면 못 쉬고, 이정도 벌면 되는 것이지 하며 틈틈이 인생을 즐기자 생각하면 그리 할 수 있다.

학생으로서는 고생이 되더라도 욕심많은 교수와 일하는 것이 이력서를 쓰는 데 유리하다.



글쎄, 나로서는 좀 여유를 갖고 다른 쪽의 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광에 대해 연구한 것을 찾아 본다든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중고생이 볼 수 있는 빛에 대한 책을 쓴다든가...

하지만 언제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니면 좀 시간을 갖고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탐색해 볼까 싶기도 하다.

연구분야도 '마약'과 같은 것이라서, 지금 하던대로 하면 꾸준히 논문을 낼 수 있는데, 결단을 내려 끊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연구하려면 망설여진다. 고생이 되니까.



이렇든 저렇든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wonderful students'에게 누가 될까봐서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새로운 계기를 맞으며 이병호 2005.10.02 3774
1752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김정호 2005.09.30 3659
1751 세미나 안내 - 김정호 이병호 2005.09.30 3665
1750 그룹미팅 방장` 2005.09.28 3474
1749 OFS-18 이병호 2005.09.24 3482
1748 그룹미팅 방장 2005.09.21 3482
1747 호주 파견 이병호 2005.09.21 3483
1746 Citation report 13 이병호 2005.09.21 3443
1745 Citation report 12 이병호 2005.09.21 3464
1744 Citation report 11 이병호 2005.09.21 347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