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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려주마 - 이곳의 교육 (1)

이병호 2003.04.23 15:17 조회 수 : 3846 추천:86

전에 이런 것을 쓰겠다고 해서(오래 지났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적기는 적는데, 사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본 것에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지현이가 친구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친구가 오기도 하고 하는데, 우리 집처럼 평범하게 사는 집은 역시(?) 엔지니어의 집이다. 메릴랜드 대학에서 학위를 하고 이곳 UCSB 교수가 만든 벤처에 와 있는 엔지니어의 집안.



작년에 지현이가 초청을 받아 같은 반의 어떤 아이 집에 갔었는데, 그 동네가 부자 동네로 유명한 데라(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의 집이 있다는 둥), 초청받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많이 기대하고 왔던 모양이다. 나도 그랬으니.

집에 수영장도 있고 테니스장도 있고 잔디밭도 넓고 하던데, 거기 온 두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집이면 이 동네 다른 집의 게스트 하우스 정도에 해당한다나...



그 다음에 할로윈 데이에 데이빗이라는 지현이 친구집에 초대받았다.

온갖 장식이며 소품까지 철저하게 할로윈 주제에 맞추어 준비된 것을 보고 놀랐다. 집 안에는 소형 극장이 있었는데, 계단식이었고 각 계단마다 다양한 가죽 소파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프로젝터로 할로윈 데이에 맞는 만화영화를 스크린에 쏘아대고 있었다.

그래서, 기가 팍 죽었다. 데이빗의 아빠는 벤처투자자 또는 투자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컨설턴트인 것 같았다. 그래서 광통신도 잘 알고 스탠포드 대학도 가끔 간다는 둥... 나이도 내 또래인 것 같던데. 재주는 곰이, 돈은 주인이, 뭐 이런 생각이 나더군.



그런데, 몇 주 전 같은 집에 또 초대를 받았다. 데이빗의 생일이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놀랐다. 할로윈 파티 때 밤에 가서 봤던 그 건물은 그저 데이빗 집의 넓디 넓은 대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건물들 중 초입에 있는 하나의 건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집은 산타바바라에서 제일 비싼 집임이 분명하다. 바닷가의 절벽위에 위치해 있고, 절벽 중에서도 툭 튀어 나온 부분이라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니.

잔디밭, 수영장, 테니스 코트는 물론이고, 소형 과수원도 있고, 말을 타는 트랙인지 육상트랙(?)인지 잔디로 된 트랙도 있고, 흩어진 건물 사이는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전동 카트를 타고 다닌다.

생일 음식은 물론 놀아주는 것까지 전문가들이 와서 하는데, 그 넓은 잔디밭에는 대형 공기점퍼 세 개를 빌려서 애들이 놀게 하고, 얼굴에 그림 그리기 등등을 하고, 장난감도 아이들에게 엄청 주고, 또 피나다라는 것을 했다. 이건 많이들 하는 모양이다. 한 마디로 야구방망이로 돌아가면서 선물보따리를 쳐서 터뜨리는 소위 박터뜨리기 같은 거다.

지현이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자,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데이빗을 우리 집에 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현이 생일 파티를 하겠다고 하겠는가?

지현이 반 아이들이 모두 데이빗 집안의 초청장을 받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현이 학교는 다른 곳(거의 놀이방 수준)보다 좋은 학교이다. 등록금이 다른 곳보다 좀 비싸지만, 다른 곳에서는 오전만 수업을 하거나, 오후까지 하더라고 낮잠을 재우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고려하면 지현이 학교의 등록금이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곳이라, 상당히 오래 웨이팅을 해야 들어가는 모양인데, 지현이는 운이 좋게 들어갔다. 지현 엄마가 호랑이 꿈을 꾸고 그 학교로부터 내일 개학인데 자리 하나가 펑크가 났으니 오겠냐는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펀드 레이징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한다. 학교를 통해 도서를 구입하라고 하기도 하고, 포장지를 사라고 하기도 하고, 조가톤을 하기도 한다. 조깅과 마라톤의 합성어인데, 자기 아이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얼마씩 기부를 하겠다고 써내고 하는 일종의 운동회다. 지현이는 무려 일곱 바퀴나 돌았었다…

그리고 애뉴얼 기빙을 받는데, 낸 사람들의 명단과 금액이 나중에 가정통신문으로 온다.

그리고 경매도 한다. 이는 사실 아이들로서는 재미있고 그 과정은 교육적이기도 한 것 같다.

각 반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머리를 짜 한 가지씩 작품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아이들이 협업으로 (일부씩 나누어 작업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이것을 전시하고 경매를 하고 그 수익금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히 작품들이 그럴 듯하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반과 비교도 되고, 또 돈을 받고 파는 것인데, 그럴 듯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경매의 참가자들은 대개 학부모들이다. 지현이 반에서는 두 가지 작품을 만들었는데, 밤(?)에 본 우주와 낮(?)에 본 우주이다. 그것들이 수 천불씩에 팔려나갔는데, 그 중 하나는 데이빗 아빠가 샀다.



길군…. 나중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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