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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캠퍼스 기공식 50주년

이병호 2021.04.02 07:35 조회 수 : 240

1971년 4월 2일에 서울대 종합캠퍼스(관악캠퍼스) 기공식이 있었다.

그간 서울대는 괄목상대할 발전을 했다.

 

83학번인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어떤 교수님은 외국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내셨다고 자랑스럽게 말씀 하셨고, 우리는 ‘아, 서울대에도 저런 일이!’라는 심정으로 놀라워했다.

 

내가 석사과정을 다닐 때, 교수님을 설득해 그 연구실 최초로 해외 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선배이셨던, 지금 S기업에 근무하시는 모 사장님의 선행 연구결과를 다소 개선한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만에 갈 준비를 하면서 해외 여행 경험이 있으셨던 친척 어르신께 비행기 타면 멀미가 나느냐고 여쭙기도 했다. 그렇게 간 카오슝의 학회의 제너럴 췌어와 기조강연자는 너무도 유명한 분들이었다(반도체 교과서 쓴 Sze, 그리고 여러분이 잘 아는 Capasso). 거기서 외국 저널의 편집위원을 하는 분을 만나고는 저는 “당신 같이 유명한 분을 만나 영광입니다.” 뭐 이런, 지금 생각하면 낯뜨거운 말을 했다.

 

세월은 변해, 그 제너럴 췌어는 반도체공동연구소 30주년 기념식에 오셨고, 그 기조강연자는 우리 연구실에도 오셨고 내가 그분 학회 일을 도와드리고도 있다. 우리 서울대 공대 교수님들이 외국 저널의 편집위원을 부지기수로 하고 계시고, 국제 학회 기조강연, 초청논문을 발표하시는 일이 특별한 일도 아닌 일상이 되었다. 국제 학술단체 회장님들도 다수 배출되었다. 젊은 교수님들도 모두 열정과 패기가 넘치신다.

 

정말 자랑스런 성장을 우리는 이루어 내었다.

50년 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공식의 축시로 당시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이던 정희성 시인이 그 유명한 시를 지었다. 비표가 없어 기공식에 못 들어가고 후배에게 시를 건네주어 대독 하게 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낭독하지 못한 그 시,

우리의 가슴 속에 간직한 그 시,

하지만, 지금도 낭독하기 어렵고 조심스런 그 시,

먼지 덮인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어 그 시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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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타오르는 빛의 聖殿이

서울대학교 종합 캠퍼스 기공식에 부쳐

 

정희성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冠岳을 보게 하라

이마가 시원한 봉우리

기슭이마다 어린 예지의 瑞氣

오랜 朱羅紀의 地層을 씻어내린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듯이

冠岳의 이마에 흐르는 보배로운 기름이여

영원한 생명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원으로 기약한 이날

헤어졌던 이마를 비로소 마주대고

여기 새로 땅을 열어

한 얼의 슬기를 불 밝히니

진리는 나의 빛’

이 불이 밝히는

오 한 世代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온갖 불의와 邪惡과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그 어둠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 서울대학교

 

뼈 있는 자의 길을 보아라

뼈 있는 자가 남기는 이념의 단단한 뼈를 보아라

저마다 가슴 깊이 사려둔 이념은

오직 살아 있는 자의 골수에 깃드니

속으로 트이는 이 길을

오 위대한 世代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萬年 雄飛의 새 터전

이 靈峰과 저 기슭에 어린 瑞氣를

가슴에 서리 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기둥을 보아라

온갖 어두움을 가르며

빛이 빛을 따르고

뼈가 뼈를 따르고

산이 산을 불러 일어서니

또한 타오르는 이 길을

영원한 世代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冠岳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聖殿 예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冠岳을 보게 하라

 

<1971.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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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대 지난 시인가...

교회/성당 다니는 학생들은 이번 주가 부활주일임을 알 터이다.

이 노래의 부활을, 아니 새로운 창작을 희망해 본다.

 

실은, 서울대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지,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잘 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위의 시를 낭독하기 어렵기도 하다. 

여러분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새로 쓰는 노래는 여러분의 노래가 되길 기대한다.

The future always belongs to younger generation. (Nicolaas Bloembergen)

 

사진 몇 장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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