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OEQE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NCRCAPAS, Seoul National University

Re:방학은 잘 보내셨는지요...

이병호 2002.09.05 22:55 조회 수 : 3790 추천:110

내가 UC Berkeley에서 물리학과 대학원의 양자역학 수업을 1년 들을 때가 생각나는군.

내가 아주 멋지게 느꼈던 것은 그 과목을 강의한 콜린스라는 교수님이었다.

이 양반은 베스트 티처 상을 몇 번 받았던 분인데, 1년을 강의하면서 수업시간에 노트나 책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설명하며 칠판에 판서했다.

그렇다고 이 양반이 만사를 제쳐두고 맨날 강의할 것만 외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office hour가 아닐 때 여러번 찾아갔었는데 항상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을 하고 있어 만나기가 어려웠다. 아마 입자물리나 고에너지 물리 같은 것을 연구하는 것 같았는데 학생이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분이 연구에서는 얼마나 우수한 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정도의 기초과목은 노트를 보지 않고 강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분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하여튼 꼭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강의하는 것이 멋있는 것이 아니라, 이 분의 강의는 정말 멋있었고 명료했다.



미국에서 좋은 대학의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위해서는 (즉, 쫓겨나지 않고 정년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 같은 분야 전공자에게 높이 인정 받았다는 것과 큰 프로젝트를 따와 학교에 오버헤드를 많이 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래도 강의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의가 의무라고 느끼기 때문에 성실히 준비해서 강의한다. 내가 그곳에서 공부할 때, 휴강이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첫 시간부터 강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가 서울대에 와서 첫 시간에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자 야유와 괴성을 지르더구만...



연구 능력과 강의 능력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과의 연구 업적으로 유명한 몇 사람들의 강의를 청강도 좀 해 보고 했지만, 준비는 성실히 하지만, 뭐 강의를 특별히 인상적으로 잘 한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아니었다.



어쨌거나, 세계에서 똑똑한 학생들이 미국으로 모여들지만, 미국 애들 중에도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물리를 좋아하는 애들이 물리학과에 갈테니, 미국 학생들을 얕볼 수만은 없다. 인구가 많으니 그런 학생이 없을 리 있나. 파인만 같은 사람도 미국 사람이었다.

대학원 양자역학 1은 그런대로 할 만한데, 양자역학 2는 정말 이해력이 높아야 따라갈 수 있다. 이는 디랙의 방정식 같은 것들과 입자물리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내용인데, 뭐 전기공학부에서 쓸 일은 아직은(?) 없다. PMD를 보다 보니 파울리의 스핀 매트릭스 같은 것도 쓰이기는 하지만, 뭐 양자역학 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니.



물리학과 학생들이야 물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라 치고 또 자기가 이해를 못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학생들도 많을테니, 뭐 그렇다 치더라도,

전기공학과에 다니는 미국 학생들도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수업 시간에는 뭐 저런 것도 몰라서 질문을 하는가 싶은 학생이 연구를 하면서는 진도가 빠르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예들을 보았다.

그리고, 수식 같이 복잡한 것들을 따라가지는 않아도 중요 개념만을 재빠르게 캐치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는 아마 어려서부터의 교육 방법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등 교육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현이가 다녔던 서울대 부속 어린이집은 가르치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 애들은 자기 의견을 많이 내도록 유도받으며 자란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 많은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서로 손들며 대답하고, 괴상한 대답을 해도 칭찬해 주고... 그렇게 자라니, 튀어 보이려면(?) 남들과 뭔가 다르게 생각해서 말하려 하는 습관이 드는 것이 창의력을 북돋는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 정호는 재미있게 공부해 보길...

그리고, 훌륭한 여학생이 있으면 라이드도 주고...

이도 경쟁인데, 뭐 가만 있으면 김 정호의 훌륭한 인품을 알아보고 또는 멋진 시를 보고 스스로 찾아오는 여학생이 ... 글쎄, 있을까...

뭐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연구하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