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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교육 정책에 관한 글

김휘 2002.09.03 07:33 조회 수 : 3764 추천:111

8월 31일 조선일보기사와 9월 1일 이 기사에 관한 조선일보 칼럼입니다.





기사.



내년부터 이공계대학 출신 유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1인당 미화 2만~3만달러 가량의 유학경비가 지원된다. 기획예산처는 내년 예산에 300억원을 책정, 이공계대학 졸업생들의 유학경비를지원키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유학대상자 선발은 대학.지역별로 쿼터제를 마련, 중.하위권 대학과 지방대학출신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내년 예산안 편성방향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장승우(張丞玗)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이공계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유학경비를 대폭 지원하고 이공계 출신이 유능한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



칼럼.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이공계 대학 졸업생 1000명에게 해외유학 경비를 지원하겠다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공계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유학경비를 대폭 지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유학생 지원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견상 그럴싸한 이 정책은 우리 이공계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지 못한 데서 나온 비현실적인 것이다.



이공계 대학 졸업생에게 유학비용을 지원하면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 우리 이공계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우수한 졸업생들이 국내 대학원을 기피하고 유학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이공계 대학원은 연구조교 등을 하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에 비해 학비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또 이공계는 학위 취득 후 현지에서 취직하기가 쉽다. 이런 연유로 우수한 인력은 국가 지원 없이도 자기가 알아서 유학에 나서고, 서울대 등 국내 이공계 대학원은 정원을 못 채우거나 심각한 학생의 질(質) 저하를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외국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급 이공대를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 대학의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국내 학위의 국제적 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노력은 등한시하고 이공계 졸업생에게 유학자금을 대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리 대학을 정부가 앞장서서 불신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이런 졸속 정책을 시행하면 국내 이공계 대학원은 문을 닫을 것이고, 이공계 학부는 유학시험 대비반으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가 유학생 선발기준에 지역 등 학업 외적 요소를 배려하겠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이공계야말로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왜 좌절하고 있으며, 우수한 우리 이공계 졸업생들이 왜 너나 없이 유학에 나서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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