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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이병호 2002.07.24 16:32 조회 수 : 4021 추천:131

여러분들이 모두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기쁜데,

내게 보낸 e-mail들에서 잘 있느냐고 하는 것이 많아 (물론 인사치레겠지만)

일일이 답하기 보다는 간단히 이곳 생활을 여기에 좀 이야기하고자 하네.



특히 이런 글을 한 번 써야 겠구나 생각하게된 건,

지난 번에 UCSB가 바닷가에 있다고 썼더니, 마치 내 집이 바닷가에 있는 별장쯤 되는 것으로(?) 아는 듯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사모님이 홀몸도 아니신데 그렇게 일만 해서 되겠냐는 둥의 협박성(?) e-mail까지 보내는 학생이 있는 터라...



집:



우리 아파트는 바닷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Santa Barbara 비행장 근처에 있어서 비행기 소리가 나는 곳이라네. 밤 11시까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고 아침 5시면 다시 뜨고 내리는 소리가 나는데, 뭐 많이 방해되는 것은 아니고.



바로 우체국이 앞에 있고, Costco와 큰 수퍼마켓 등이 있는 샤핑 몰에 붙어 있어 살기가 좋은 곳이고.

이 지역은 SB 위에 있는 Goleta시인데, 이 위로는 수십마일까지 마을이 없는 것 같고.

집 값들이 비싸 우리가 있는 아파트가 싼 것임에도 불구하고 1달 렌트가 내 월급의 2/3 쯤 되는 것 같구만...



공동으로 쓰는 풀장이 있는데, 지현이가 그 풀장 맛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는 매일 수영하러 가자고 시달릴 듯하고...



날씨:



한국은 지금 덥고 비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이곳은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맑지만, 덥지는 않아서 아침 저녁으로는 오히려 쌀쌀하다네.

샌프란시스코 날씨와 비슷한 것 같은데, 아마 여름에는 별로 안 덥고 겨울에는 안 추울 것 같군.

처음 유학갈 때 같이 갔던 선배가 (지금은 KAIST 교수님이시지만), 어려서 교과서에서 한국은 금수강산이고 가을 하늘이 높다고 배워 한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속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것이 생각나는군.

미국에는 경치 좋은 곳도 많고 기후가 좋은 곳도 많지만, 지내고 보면 한국도 정말 사계절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임은 확실한 것 같다...



통근:



개학을 하면 파킹 퍼밋을 사도 차를 세울 곳을 찾기가 어렵다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는 Pochi Yeh 교수님의 충고에 따라 자전거를 샀다.

그런데, 개학하면 자전거 세울 곳도 꽉 찰 듯.

나혼자 쓰는 그 큰 방에 갖고 들어가면 되겠지만.



자전거로 학교까지 가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중학교 시절 이후로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는데, 이 나이에 헬멧을 쓰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네.

Bike Lane이 찻길 옆쪽으로 있기도 하고 찻길과 떨어져 따로 있기도 한데, 학교 내에서도 Bike Lane이 잘 만들어져 있어 타고 다닐만 하다네.



이 노동(운동)을 하고 나면 그 날은 다시 학교가고 싶지는 않구만..

즉, 학교에 갔다가 일이 있어 집에 오면 그날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구만.



논문 복사 등이 내 개인적인 것이 많아(여러분의 훌륭한 연구로) Yeh 교수의 어카운트로 하기가 미안해 내가 아예 조그마한 프린터/복사기/스캐너/팩스 겸용기를 샀다네. 박 나은 씨가 연구비 처리를 적절히 해 줄 것으로 믿으며...

이걸 집에 놨기 때문에 집도 훌륭한 사무실이고...



근처:



안전한 동네이고(Berkeley와 좀 달리), 사람들은 잘 웃고 친절하네(Connecticut과 달리).



어디를 가나 한국사람들이 많지. 한국 가게 하나, 한국음식점 하나, 한국 교포 학생들이 하는 PC방 하나가 있고 한국 교회가 세 개.



우리 가족은 미국 교회에 나가기로 했다네.

자그마한 교회인데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젊은 학생들 중에는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네 명 있는데, international student가 많은 다른 곳으로 교회를 바꾸겠다니, 우리 가족이 혹시 가장 젊은 축에 속하지 않을지?

교회에 일이 있으면 노력봉사 동원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구만...





가장 기뻤던 일:



가장 기뻤던 일은 전에 갖고 있다가 expire된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을 필기 시험만 보고 다시 살릴 수 있었던 것이라네.

각고의 노력 끝에 만점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했지...

실기시험이야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에 이걸 안 해도 된다는 것이 무척 기쁘구만.

이 나이에 시험을 보랴? 시험문제를 내면서 살아야지...



Wife의 경우는 한 10년 전에 샌디에고에서 필기시험만 봤었는데, 그런 기록도 다 DMV에 남아있구만...



시험문제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문: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이유는?

a) 안전벨트를 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

b) 규정이기 때문

...



답은? b).



문: 길 모퉁이에 사람이 (찻길을 건너가려고) 서 있다. 어떤 경우에 이 사람이 (차보다) 우선권을 갖는가?

a) 횡단보도가 있을 때

b) 항상 우선권을 갖는다.

...



답은? b).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 사람을 위한 한국 가이드 북에는 이런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길을 건널 때는 항상 차에 우선권이 있다. 횡단보도가 있어도..

전에, 한국에서는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없다는 말이 가이드 북에 있어야 한다고 하던 교포 생각이 나는군...



하긴 뉴욕 같이 번잡한 곳에서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긴 하던데.



지현이:



지현이는 summer preschool에 다니고 있다.

Preschool도 프로그램이 괜찮은 곳은 웨이팅이 많고, 거의 탁아소에 가까운 곳은 들어가기 쉽다.



그래도 좋은 교육을 시키려면 미국에서의 교육비도 상당히 비싸다.

한국에서의 사교육비 만큼 또는 더 든다.



원래 활발한 아이인데, 말이 안통하니 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만, 영어를 배우려고 무지 노력한다.

이런 말을 영어로 뭐라 하느냐고 묻고 들은 말은 자꾸 되뇌이는 훌륭한 학생이다.

잠꼬대에서도 영어 같은 말을 한다.



Wife:



영어를 곧 잘 하기 때문에, 말이나 전화를 해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일을 맡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좀 미안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둘째 딸의 출산이다.

한국에서도 딸이라고 하던데, 이곳에서도 딸이라고 하는구만.

한국에서 임신을 하고 왔기때문에 출산을 위한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자연분만을 해야만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



이곳 시스템은 병원 따로 의사 따로이다. 즉, 담당 의사가 있어 정기적으로 그 의사를 찾아가 모니터링 받고, 출산시에는 병원에 가면서 그 의사를 호출하면 그 의사가 병원으로 온단다.

병원비 따로 의사비 따로인데, 의사비는 패키지로 딜이 가능하다.



이곳은 출산을 하면 친구들이 찾아와 바로 그 아이를 볼 수도 있고(한국 같이 삼칠일이 지나야 한다든가 하는 개념이 없다.), 자연분만을 하면 분만 다음날 퇴원한다.



이곳에서는 호흡법을 배울 때도 남편이 같이 해야 하고, 출산시에도 남편이 따라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탯줄을 자르는 영광(?)을 준다.

이것이 내가 걱정되는 일이다.

사실 같이 들어가면 의사가 실수하지 않도록 긴장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같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데.



담당 의사가 백인 여자인데, 나중에 내가 안 들어가겠다는 말을 못 꺼낼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 이야길 하면 나를 무책임한 야만인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지...

하여튼 고민되는 일이다.



일:



E-mail이 생기고 인터넷이 생긴 이후로 안식년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여러분들이 피부로 느끼겠지만....

뉴스도 신문사 홈페이지나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동영상까지) 볼 수 있으니, 뭐 이건 한국 일에 관여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별로 좋은 뉴스가 없어 대개 제목만 보고 마는데(한국에서는 뉴스를 열심히 봤었는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뉴스를 본다는 것도 재밌는 일일지는 몰라도 상당한 스트레스인 것 같구만. 여기서는 훨씬 홀가분하게 받아들여지니...



이곳에서는 당장 내일 Yeh 교수의 회사로 가서 세미나를 해야 하고, USC (Univ. of Southern California)를 방문하는 약속이 있다.



UCSB의 Dagli 교수님도 아직 못 만났는데, 서로 여행 일정이 엇갈려서...

이 분은 내가 말씀을 드려 9월 서울에서 하는 Photonics Korea에 invited speaker로 가신다. 여러분이 가이드할 필요는 없으니 안심하도록...



Rockwell에서 세미나를 할 수도 있는데, 사서 고생을 해야할 지 고민 중이라네.

사실 몇 년 전에 그곳에서 세미나를 했었는데.

John Hong이라든가 Tallis Chang이라든가 하는 분들이 모두 Rockwell을 떠나 회사를 차려 지금은 없고...



내가 8월말까지 논문을 써야 하는 것도 하나 있고...

뭐 한가하게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을 시간이 당분간 (계속?) 없을 것 같구만...



혹시라도 더 궁금한 게 있는지?

별 질문이 없을 것이라 믿고, 그러면, 다시 연구를 열심히 하도록...

좋은 여름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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