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동 3층의 학생 휴게공간 유리면에 정희성 시인의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시가 부착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원본과 다른 버전들이 돌아다니고, 패러디 하여 서울대를 비판/비난하는 버전이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한 번 읽어 보길...
정희성 시인은 서울대 국문과 동문이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시로 고등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듯하다.
여기 타오르는 빛의 聖殿이
서울대학교 종합 캠퍼스 기공식에 부쳐
정희성
그 누가 길을 묻거든
이마가 시원한 봉우리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듯이
영원한 생명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원으로 기약한 이날
헤어졌던 이마를 비로소 마주대고
여기 새로 땅을 열어
한 얼의 슬기를 불 밝히니
‘진리는 나의 빛’
이 불이 밝히는
온갖 불의와 邪惡과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그 어둠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 서울대학교
뼈 있는 자의 길을 보아라
뼈 있는 자가 남기는 이념의 단단한 뼈를 보아라
저마다 가슴 깊이 사려둔 이념은
오직 살아 있는 자의 골수에 깃드니
속으로 트이는 이 길을
이 靈峰과 저 기슭에 어린 瑞氣를
가슴에 서리 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기둥을 보아라
온갖 어두움을 가르며
빛이 빛을 따르고
뼈가 뼈를 따르고
산이 산을 불러 일어서니
또한 타오르는 이 길을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聖殿 예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1971.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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