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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다니며...

이병호 2002.08.09 14:31 조회 수 : 3867 추천:129

여러분들을 너무 닥달만 하는 것 같아,

그룹 미팅이 잘 되고 있다는 둥,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둥의 메시지에 힘을 얻어 약간 부드러운(?) 글을 올리자면...



여기는 덥지도 않고 비도 오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이 고생하며 치르고 있을 여름과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덥기도 하고 비도 오고 하는 변화가 좀 있어야 오히려 사는데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이곳 산타바바라가 세 가지로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룹 지오디의 뮤직 비디오 '길'에 나오는 철길이 이곳에 있다나.

또 탤런트 오 모양이 턱 수술을 한 곳이 이곳이라고 하기도 하고...

뭐 그런 건 내가 모르겠고, 린다 김과의 연서에 나오는, 아침에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어쩌고 저쩌고 하던 바닷가가 이곳이란다. 그곳으로 짐작되는 호텔에 대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고...



바닷가에는 한 두 번 밖에 아직 못 나가 봤다. 이곳은 모래가 너무 가늘어 파도에 휩쓸려 흙탕물 처럼 되기 때문에 물가에서 놀기는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

물론 야자수, 바다, 산들이 어우러져 경치는 좋다.

하지만, 해수욕도 한국에서 처럼 사람들도 북적북적 거리고, 수박도 사 먹고, 옥수수 팔러 다니는 할머니들도 있고, 파라솔 자리세를 받고 흥정을 하느라 실갱이도 하고, 그래야 피서를 온 기분이 나는 것이지, 이렇게 한가하고 선텐하는 사람들이나 좀 있어서야 도무지 기분이 나지 않는다.



* Yeh's waveguide



비행기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다. 어떤 때에는 자정이 넘어 내리는 비행기도 있다.

특히 이 곳이 시끄러운 이유는 비행기가 내리는 항로 밑이기 때문이다.

Pochi Yeh 교수는 자신도 이 곳을 잘 안다면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비행기가 지나간 길이 acoustic waveguide가 되어 비행장에 착륙(터치다운)하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론이 약간 의심스럽다.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의 온도 상승 또는 에어 터뷸런스가 acoustic wave를 가이드하게 될지 아니면 분산시킬지 모르겠다.



학부때 '음향학 2'까지 들은 실력이지만 잊은 지 오래되어서...

'음향학 2'는 세명이 들었었기에 성 굉모 교수님 방에서 수업을 했는데, 말씀하시며 쳐다보시는 것에 대해 멍하니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아는 것처럼 반응했어야 했기 때문에 괴로운 수업이었다.

하여튼 그 중 한 명은 지금 이와 관련한 벤처 회사의 사장님이니 성 교수님의 수업은 성공한 셈이다.



어쨌건, Yeh's waveguide에 대해 관심있으면 논문을 써 보든지... 그런데, 아마 이런 현상이 있다면 이미 남들이 다 해놓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Dagli 교수가 자신이 처음 이곳에 와 살던 곳에서는 아침 6시면 침대가 흔들렸었다고 하니...



Dagli 교수는 학생이 두 명 포스트닥이 한 명 뿐이다.

이 양반도 Integrated Waveguide 공정을 하는 분이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기도 하겠지만, 리서치 펀드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이 곳에서는 학생들이 학회에 참석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돈이 들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호강하는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 연구실에 할당된 BK 지원금을 내가 대부분 여러분의 여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하는 학회는 지겨워서 안 가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에, 그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외국 학술대회에 논문을 냈다. 대만이었는데.

그 때는 때가 가까워도 교수님으로부터 하사의 말씀이 없으셔서 내가 비용을 대어 다녀오고 논문집까지 한 권 더 자비로 구입해 교수님께 드렸었다.

여러분들은 방비로 낸 등록금으로 받은 논문집까지 스스로 내게 가져오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내가 석사과정에 다닐 때는 학생들이 방비를 모아 연구실에 필요한 잡품을 구입하곤 했다.

격세지김을 느낀다...



이곳에 BK 지원금으로 한 6 개월을 다녀간 K-JIST 학생이 있었던 모양이다.

여러분이 예뻐 보인다면 내가 이런 걸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뭐 내가 사서 고생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민 성욱을 UConn에 보낼 때는(체재비는 UConn 부담이었지만), 양 대학 공대 학장들까지의 서명을 받아 협정서를 교환했었다.

민 성욱은 잘 놀고 왔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수맥이론



밤에 지현 엄마가 깊은 잠을 못자고 지현이와 나도 꿈을 많이 꾸는 것 같은데, 지현 엄마가 수맥이론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 방 앞에 큰 나무가 있는데, 아마 그 뿌리가 우리 방 밑으로 들어와 있을 것이다.



나는 수맥 이론을 믿지 않지만, 다만 우려하는 것은 그 뿌리가 물을 찾아 우리 하수구를 막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아파트가 한 20 년 된 것 같으니, 하수관이 토관일 것이고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유학 시절에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 Zoo camp



지현이는 지난 주와 이번 주에는 zoo camp에 나가고 있다.

Camp라는 것이 그곳에서 자는 것은 아니고 매일 아침에 데려다 주고 오후에 데리러 간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과묵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재미있어 한다.

선생님들로부터는 사랑받는 학생이다.

과묵하지만 눈치껏 알아서 하고, 그림그리기나 오려붙이기, 색칠하기 등을 잘 하니. 워낙 그런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What's that? 이 뭐냐는 둥, One more time 이 뭐냐는 둥 듣고 온 말을 묻곤 한다.

그리고 바디 랭기지를 익혀가고 있는 것 같고, 자신은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Zoo camp에 다니기 전에는 몬테소리 preschool에 2주 다녔었는데, 그곳 선생님으로 부터 Dr. 몬테소리가 지현이를 보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Dr. 몬테소리의 교육 이론에 잘 부합되는 (스스로 익히고 배우는) 케이스라고 한다.

문제는 아빠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엄마는 무섭게 알지만 아빠는 우습게 안다. 여기 들르게 될 학생이 있으면 지현이를 붙잡아 놓고 아빠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가르쳐 주길...



할 이야기가 더 있기는 하지만, 또 동물원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군...



여름을 잘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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