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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벌써 7월이네요...

김홍석 2002.07.05 22:28 조회 수 : 3698 추천:112

맞습니다.

미국 회사에 다니며 느껴보니, 겸손은 미덕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끊임없이 매니저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알리는 것이

꼴불견이라 상상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에 자신이 있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유리한 문화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다른 부서의 누군가가, 또는 회사 외부의 누군가가,

당신 덕분에 일이 잘 되어 고맙다는 인사 메일을 보낼 때에도

칭찬받을 사람의 매니저를 CC에 넣는 것이 좋은 습관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뭔가 제도가 바뀐다거나 해서 의견을 물을 때에도

조용히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회계년도가 7월부터라서

지금이 개인별 새해 목표를 확정하는 시즌인데,

매니저랑 1대1로 난 이런이런 일을 하겠다고 정하고

1년 후에 그걸 얼마나 초과/미달했는지가 그대로 고과가 됩니다.

비교적 '돌아가면서 먹기'라든가 '찍히면 끝장'이라거나 하는

폐해는 없는 셈이지요.

대신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성과를 눈에 보이게 증명하거나

합리적이고 당당한 변명이 필요합니다.

혹시 불가항력적이거나 환경 변화라든가 하는 일이 생겨서

목표를 못 이룰 것 같으면

미리미리 매니저에게 justify하여 목표를 수정하구요.

단 한 번 겪어본 국내회사 S사보다는 그나마 나은 것 같습니다.



다만, 목표를 세울 때 하나하나의 항목이 measurable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막연히 뭘 하겠다 정도로는 안되고

언제까지 어느 단계의 일을 완료한다,

뭘 얼마치 판다,

고객 만족도를 몇 퍼센트 올린다,

기술 문서를 몇 개 작성한다,

이런 식으로 하는데 상당히 골치가 아픕니다.

그리고 다분히 결과지향적인 문화라는 반성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work and life balance라는 걸로 요새는 호들갑이지요.



제가 겪어본 일만 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Microsoft가 인력 관리 시스템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하다는

소리를 밖에서 하는 모양입니다.



실은 국내에는 외국인 직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누가 그 자리에 오든 잘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것도 여기 사람들의 사고방식인거 같네요.

대형 외국계 기업인 I사의 경우

기업 문화도 상당히 토착화되어 있어서 지내기 편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뭐, 결론은,

서구식 문화에서는 약간의 쑥스러움과 쪽팔림을 깨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참, 그러고 보니 내일이 병춘옹의 결혼식이네요. 내일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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