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1학기를 마감하면서 저의 조그마한 삶의 경험 한 조각을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석사과정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한 맹학교에서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맹인학생의 학습 지도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의 내용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학생에게 대학입시 준비에 필요한 영어와 수학 과목의 공부를 도와주는 일종의 ‘과외’였습니다. 처음 만나게 된 날, 그 학생에게 꿈을 물었더니, 열심히 공부해서 전산 계통의 학과에 진학을 해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램어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맹인들을 위해 책을 자동으로 읽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맹학교는 맹인들의 생계 유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안마사가 되기 위한 이론과 실습 과목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대학 입시준비에 중요한 영어나 수학과목을 수업을 통해 자세하게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자화 된 학습서도 많지 않고, 그 분량도 활자로 인쇄된 것에 비해 서너 배는 두껍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그 학생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정말 열심히 공부에 임했습니다. 같이 공부를 해 나가는 동안 저는 그 학생이 놀라운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안인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도형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학생이 볼 수 있었다면 자신의 재능을 더욱 맘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교만한 마음이 제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차츰 부끄러운 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학생처럼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세상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지는 않을까?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닥쳐도 그 학생처럼 자신에게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6개월이라는 처음 약속했던 자원봉사 기간을 마치고, 유학준비 등으로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두겠다는 말을 그 학생에게 꺼냈을 때, 처음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나중에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만남의 날, 그 동안 고마웠다며 형을 통해 집에서 직접 수확한 거봉 포도를 한아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 맹인 학생과의 만남이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제 마음속에는 늘 그 학생과의 만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연구진행의 과정과 진로 선택의 시기와 같은 제 삶의 어려운 고비고비에서 제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함을 탓하기 보다는 저의 노력과 열정을 외면하는 것 같은 세상의 불공평함에 힘들어할 때마다, 그 맹인학생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희망이 빛이 되고자 노력했던 그 학생을 생각하며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며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노력 이외에도 운 또는 주변의 여건이라는 요소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그 학생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꿈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그 학생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가끔씩 그 학생을 떠올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비록 육신의 눈은 멀었으나 마음의 눈은 저보다 훨씬 밝았던 그 학생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배웠으나, 저는 그 학생의 아름다운 꿈을 헬렌켈러의 설리반 선생님처럼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부디 그 학생이 지금도 꿈과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고 있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해 봅니다.
제가 석사과정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한 맹학교에서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맹인학생의 학습 지도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의 내용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학생에게 대학입시 준비에 필요한 영어와 수학 과목의 공부를 도와주는 일종의 ‘과외’였습니다. 처음 만나게 된 날, 그 학생에게 꿈을 물었더니, 열심히 공부해서 전산 계통의 학과에 진학을 해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램어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맹인들을 위해 책을 자동으로 읽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맹학교는 맹인들의 생계 유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안마사가 되기 위한 이론과 실습 과목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대학 입시준비에 중요한 영어나 수학과목을 수업을 통해 자세하게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자화 된 학습서도 많지 않고, 그 분량도 활자로 인쇄된 것에 비해 서너 배는 두껍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그 학생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정말 열심히 공부에 임했습니다. 같이 공부를 해 나가는 동안 저는 그 학생이 놀라운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안인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도형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학생이 볼 수 있었다면 자신의 재능을 더욱 맘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교만한 마음이 제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차츰 부끄러운 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학생처럼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세상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지는 않을까?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닥쳐도 그 학생처럼 자신에게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6개월이라는 처음 약속했던 자원봉사 기간을 마치고, 유학준비 등으로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두겠다는 말을 그 학생에게 꺼냈을 때, 처음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나중에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만남의 날, 그 동안 고마웠다며 형을 통해 집에서 직접 수확한 거봉 포도를 한아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 맹인 학생과의 만남이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제 마음속에는 늘 그 학생과의 만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연구진행의 과정과 진로 선택의 시기와 같은 제 삶의 어려운 고비고비에서 제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함을 탓하기 보다는 저의 노력과 열정을 외면하는 것 같은 세상의 불공평함에 힘들어할 때마다, 그 맹인학생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희망이 빛이 되고자 노력했던 그 학생을 생각하며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며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노력 이외에도 운 또는 주변의 여건이라는 요소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그 학생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꿈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그 학생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가끔씩 그 학생을 떠올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비록 육신의 눈은 멀었으나 마음의 눈은 저보다 훨씬 밝았던 그 학생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배웠으나, 저는 그 학생의 아름다운 꿈을 헬렌켈러의 설리반 선생님처럼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부디 그 학생이 지금도 꿈과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고 있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해 봅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43 | 제 754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6.11 | 3 |
3642 | 제 753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6.10 | 4 |
3641 | 제 752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6.10 | 2 |
3640 | 제 751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5.01 | 37 |
3639 | 제 750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4.15 | 24 |
3638 | 제 749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4.11 | 27 |
3637 | 제 748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4.11 | 24 |
3636 | 제 747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3.20 | 52 |
3635 | 제 746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3.13 | 51 |
3634 | 제 745차 그룹미팅 | 최현규 | 2025.02.26 | 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