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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빌리타치온

김정호 2007.01.24 16:21 조회 수 : 4043 추천:183

독일에서 학교 교수님들에게는 Prof. Dr. 라는 공식 직함이 있습니다. Prof. 라는 직함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교수님이라는 것을 아는데, 굳이 이런 직함을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에게 물어보니, 독일에서는 박사 학위를 마친 후에만 할 수 있는, 하빌리타치온이라는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 과학의 경우 박사 학위 과정처럼 대개 5년 정도가 걸리는데, 하빌리타치온을 위한 논문 심사를 통과하면 박사외에 professor라는 직함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빌리타치온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대학의 교수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현재 독일의 거의 모든 교수님들은 Prof. Dr. 라는 공식 직함이 있으므로, 박사 학위 논문과 별도로 하빌리타치온 논문은 독일에서 교수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인 것 같습니다.

독일은 모든 대학들이 국립대이고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교수님들은 모두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로서 공무원 신분입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참 힘들지만, 정말 명예롭고, 경제적인 풍요로움도 보장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국가에서 교수로 임명하였으니,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는 독일 과학재단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연구비를 받고 싶으면 사기업이나 유럽연합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를 별도로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조교수급의 연구진들이 이곳에서는 senior researcher로서 실질적인 연구를 이끌면서 긴 안목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박사 학위 후에 다른 기관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교수로 임명이 됩니다. 그리고, 보통 5년의 시간의 흐른 후에 정년보장 심사를 합니다. 여기서 심사의 기준은 학생 수업, 연구 논문, 프로젝트 수행 실적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탈락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정년 보장 심사를 위한 5년간이 조교수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라고 합니다. (예외적으로 MIT 같은 곳은 정년 보장 심사의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고, 그 분야에서 정말 탁월한 연구 결과를 내기 전까지는 정년 보장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년 보장 심사를 통과하면 신분은 보장되는데, 그렇더라도 마냥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미국의 학교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지 모르겠으나 UIUC에서는 교수님의 월급을 9개월 밖에 지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름학기인 6월부터 8월까지의 3개월 급여는 교수 스스로가 알아서 충당을 하여야 합니다. 대학원이 활성화된 연구 중심의 대학의 경우, 외부 연구 프로젝트 수행하게 되면 일정 금액을 담당 교수가 인센티브 형식으로 받음으로써 자신의 급여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의 과목을 여름 학기에 듣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 과목을 가르침으로써 여름학기 급여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이 없는 college에 있는 교수님들은 이러한 인센티브를 받을 계기가 적어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다른 연구 중심의 학교나 아니면 회사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 모두, 대학이나 대학원부터는 부모님의 도움없이 자립하는 것이 이곳의 문화입니다. 독일에서는 대학까지도 학비가 무료이고, 학생 신분이면 기숙사나 체육, 문화 시설을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의 생활비를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만 충당합니다. 그래서, 디플로마(학부와 석사 과정이 통합된 과정) 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 과정의 경우는 생활비를 학교나 연구실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형편이 안 되면 자비를 들이더라도 박사과정을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생활비외에 높은 등록금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석사 과정부터는 지도 교수가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하는 연구 조교나 학과 수업을 보조하는 수업 조교로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프로젝트 연구비는 연구실의 학생 수와 비례합니다. 미국 이공계 교수님들은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는 일에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경쟁률이 워낙 높은 데다, 학과에 내는 오버헤드가 워낙 높다보니 과제 하나당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의 수도 1-3명밖에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학교나 국가의 지원이 없이 스스로 알아서 연구실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고, 등록금을 내는 학부학생들에게도 많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므로 교수님들은 일이 아주 많습니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대학원 시스템도 어쩌면 이 두 나라의 서로 다른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제도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독일의 경우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평준화된 대학 정책으로 인하여 사교육의 번성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인 스트레스는 없는 편입니다. 반면 효율성의 면에서는 미국의 시스템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일례로 최근에 노벨상은 거의 모두 미국 출신의 연구자들에게 돌아 갔습니다.

독일에서는 최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엘리트 대학을 선정하여 모든 대학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던 예산을 성과가 좋은 곳에 좀 더 많이 배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교수만 존재하는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미국의 조교수제도를 본딴 junior professor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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