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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환불하기

김정호 2007.01.16 05:36 조회 수 : 4194 추천:194

독일에 살면서 종종 불편하다고 느낄 때는, 제품을 환불 받을 때나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을 때와 같이 서비스를 받을 때입니다. 독일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복지와 권리도 중요하게 여기게 때문에 일 처리가 느립니. 때로는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 그 이상의 것을 고객이 물어보면 오히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 주었는데, 그 이상 무엇을 원하냐고 말하며” 고객에게 화를 내며 따지기도 합니다. 독일 동료들도 이런 상황을 불평하기도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모든 사람들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반면 미국은 철저하게 소비자 또는 수요자 중심의 경쟁 사회입니다. 미국은 비정규직이 많고, 자신의 서비스가 고객 센터 등을 통해서 항상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말 많은 양의 일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대신 자신이 고객의 입장에 있을 때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LAN cable이 맞지 않아서 환불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우선 입구에 환불을 요청한다는 종이 용지를 받은 다음, 매장 내 해당 코너의 직원을 찾아 가서 cable을 반납하고 환불을 위한 영수증을 받은 후, 계산대에서 영수증을 내고 환불을 받아야 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매장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이 환불을 위한 코너가 계산대 앞에 별도로 설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물건 반납하고 바로 환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런 독일 환불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여하튼 매장 내  cable을 담당하는 직원을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이 물건을 사려고 온 사람이 질문을 하자 그 사람을 따라서 어디론가 가서 10여분이 지나도 저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저 앞에서 저처럼 환불을 하기 위해 기다렸던 독일 사람은 그 직원과 설전을 벌이다가 지쳤는지 환불을 포기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 버렸습다. 저도 처음에는 영어로 또는 독일어로 그 직원과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환불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경우를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다.

그래서, 그 직원이 있는 곳까지 찾아 가서 LAN cable을 보여주며 환불하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계산대로 가보라는 핑계를 대면서 환불해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계산대에서는 물건을 해당 직원에게 반납하고 영수증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소비자 중심의 미국의 경우를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더구나 독일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마저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I want a refund”라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직원이 이해하지 못하지 환불에 해당하는 독일어 단어를 말해주니 그제서야 그 직원은 환불을 해 주었습니다.

독일은 되도록 정규직을 채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수가 미국의 경우보다 작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화나게 했던 직원도 물건을 팔고, 환불 받는 일까지 동시에 하려고 하니 아무래도 물건을 파는 일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환불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고객들을 대신해서 밤늦은 시간에 산더미처럼 쌓인 환불된 물건들을 처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에서 읽은 “유럽 사람들은 쉬기 위해서 일을 하고, 미국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쉰다”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두 시스템 모두 각 나라의 역사적, 경제적 상황에 맞게 발전해 왔으니, 그 둘 중에 어느 시스템이 더 좋은지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에 따르라”는 말처럼 저는 독일에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림을 즐길 수 있는 독일의 분위기에 적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언어 소통에 익숙하지 않으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더불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너무나 겸손한 마음까지 더해져서 이런 경우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용기를 내어서 여러 가지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항의하면 해결되는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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