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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이병호 2006.12.03 16:09 조회 수 : 3619 추천:211

그동안 정신 없이 바빴는데, 약간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최소한 2주 동안은 바쁠텐데, 그게 지나면 또 바쁜 일들이 생기겠지. 연말연시는 좀 나으려나...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나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연구실 졸업생들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한다면...
서울대 교수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침 7시 20분에 지현이를 태워 이촌동 스쿨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주고 학교로 출근하면 8시 20분 쯤 된다.
물론 아무도 없다.
나는 늘 일찍 일어나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에 늦지 않게 딸내미를 태워 줘야 한다는 건 좀 부담스럽다.
이곳으로 이사와서 불만스러운 것은 조간신문이 7시에나 배달된다는 것이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5시에 배달되었는데...

한강대교를 넘어갈 때 오른쪽에 떠오른 붉은 해에 비취는 한강이 퍽 인상적이다.
다시 한강대교를 넘어 올 때는 상도터널 위에 내가 다니던 중학교를 볼 수 있다. 상도동에 살았을 때는 상도동에서 거기까지 걸어다녔고, 이사간 이후로는 노량진역에서 거기까지 걸어다녔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그 근처인데, 지금 봐도 꽤 먼 거리를 걸어다녔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다. 상도터널 근처에서 (당시에는 터널이 없었지만) 관악산(서울대 정문 옆)까지 걸어서 소풍을 가곤 했다.

나는 이렇게 고생(?)을 했지만 자식은 고생을 덜 시키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요새 애들 학원 다니는 것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저리 살아야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달 전인가, 지현이 반에서 참관 수업을 했다. 부모가 와서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것인데, 주로 학생들 어머니가 가지만 더러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오는 몰상식한(?) 아빠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당연히 지현 엄마가 갔다.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다가 중독이라는 말이 나와서 학생들에게 "아빠는 어떤 것에 중독인지 말해 보면 재밌겠다"고 제안을 했단다.
아이들이 손을 들고 선생님이 지명을 하면 "라면 중독이요", "게임 중독이요", "테레비 중독이요" 등을 외쳤다고 한다.
끝까지 손을 들고 있던 우리 딸내미... 지명을 받자, "연구 중독이요"라고 했단다.
그것으로 분위기 끝(?). 선생님은 "지현이 아빠는 선생님이랑은 많이 다르시구나."하고 넘어갔다고...
후에 지현이 말은 "논문 중독"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논문'이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연구'라고 했단다.
뭐, 거기 참관한 학부모들에게 서울대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자연대 교수님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위이신데, 중요한 연구 성과를 위해 마지막으로 인생을 걸어보겠단다. 아직은 모험을 걸어 볼 나이라는 논리다.
똑똑한 분이니 어려서부터 왜 꿈이 없었겠는가? 노벨상의 꿈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연구성과를 내겠다는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란 게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 이제 10년 정도를 생각하며 마지막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는 거다.

최근 공병호 씨의 10년 법칙이란 책을 읽었는데, 공감 되는 부분이 많다.
에릭슨이란 사람이 주장한 것이라는데,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에는 분명한 법칙이 있다. 그것은 도전에서 시작한다. 도전하는 삶은 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도는 항상 신선한 자극을 준다. 적당히 사는 인생은 적당한 대우 밖에 받을 수 없다."
공병호 씨의 책에 나오는 말이다.
적당히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내가 석사과정 학생일 때, 어느 교수님의 정년퇴임 강연을 들었었는데, 주제는 인생무상이었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한 세상이고, 꿈이란 게 자기가 가공한 헛된 것일 수도 있고 그걸 좇아 매진하는 것이 결국은 헛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꿈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없다.
특히 젊은 나이에도 꿈이 없다는 것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요새는 가치관이 바뀌어 젊은 세대들이 편한 것을 많이 찾고, 꿈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유스럽게 그때 그때 인생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사는 것도 좋다.
젊어서 연애를 하며 가슴 설레는 추억도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거는 기를 쓰고(?) 찾아 다니면서, 젊어서 자기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꿈을 품고 이를 위해 매진하지 못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가슴 설레고 아릿한 추억을 잃는 것이다.

인생은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다.
성취를 위한 10년을 시작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다짐을 못한다면 밤 늦게 가로등리라도 보면서 마음을 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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