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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못 다한 이야기

이병호 2004.10.24 03:27 조회 수 : 3748 추천:106

그동안 정신 없이 일이 많아 (아직도 많지만) 못했던 이야기를 몇 마디만 더 하자.



우리는 총칭(중경)에서 중경대학의 주최로 학회를 시작하여 이틀간 행사를 한 후 배를 타고 3박을 하면서 양자강을 타고 삼협댐 (Three Gorges Dam)에 다달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새벽 5시에 깨워 짐을 끌고 나오게 한 후 버스에 태워 무려 7시간이나 가서 우한(우리식 발음으로 무한)에 있는 WRI (Wuhan Research Institute for Post and Telecommunications)에 가서 끝을 맺었다.



우리나 일본 사람들이 학회를 주관하면 이런 무리한 일정은 절대로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배 안에서는 계속 중국 음식만 주었다. 음식이 좋아 나로서는 불만은 없지만, 서양 사람들에게 계속 중국 음식만 먹으라는 것도 무리한 것이다.



우리는 좋은 구경을 했다. 내가 놀란 것은 양자강을 타고 내려 오면서 중국 사람들이 계속 휴대전화를 해 댄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가 두 군데인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는 전국에 안테나를 깔아 놓은 모양이다.

이는 미국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내가 경험하기로 최소한 몇 년 전까지는) 큰 도시들에서만 (작은 도시도 free way 근처에서만) 휴대전화가 터질 뿐이다.



삼협댐은 중국을 단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대 역사이다. 이 댐을 짓자는 아이디어는 1917년(?)인가에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 그동안 많은 조사와 논란을 거쳐 추진하기로 결정되어 1993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고, 이미 상당히 공사가 진행되었다. 2009년에 완공예정이라는데, 세계에서 제일 큰 댐이 될 거란다.

이미 물이 많이 차서 수몰된 지역이 상당하고 두보가 노래했다는 삼협의 절경도 많이 피해를 본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이 공사를 위해 120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반발이 있었던 모양이고 이주민에 대해 아파트를 지어서 장기 저리 융자를 해 주고, 새로운 농경지를 주고 한다지만, 어쨋든 이는 공산주의 독재체제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중국 학생들은 이러한 대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고, 중국의 장래에 대해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희망에 차 있었다.



WRI는 중국에서 최초로 광섬유 드로잉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광케이블, 광섬유 증폭기, 광전송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벤처들을 육성하고 있었다. 광통신에 특화된 연구소인데, 1층의 커다란 홀을 전시실로 쓰고 있었다. 연구원이 5천명이라고 하길래 학생이 몇 명이야고 물었더니 그중 학생은 100명 정도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광통신 관련 산학연의 모든 연구 인력 및 학생 수를 다 합쳐봐야 WRI 연구원 수만큼도 안 되지 않을까?



다음날 일찍 우한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 시안에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기로 되어 있었다.

우한 공항을 통제한다는 말이 있어 공항 문이 열리기도 전에 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오전 11시부터 프랑스 전투기들이 아마 에어쇼를 하기때문에 공항을 폐쇄하는 모양이었다. 상해에서 왔다는 젊은 중국인 하나는 영어를 잘 하던데, 민간공항에서 그런 것을 한다고 나에게 프랑스를 열심히 비난했다.

바퀴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우한 공항을 떠나 시안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까지 다 밟았지만, 대낮인데도 안개가 심해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회항을 했다. 그래서 하루를 시안에서 뜻하지 않게 잘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시안에서 북경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시안에서 떠나는 날 아침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또다시 죽는 줄 알았다.



누가 중국을 만만디의 나라라고 했던가?

중경 뿐 아니라, 시안에서도 택시 기사는 무법자였다.

신호를 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중앙선을 넘는 것도 물론이고, 일방 통행의 길을 역주행하여 간다. 우리 차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이런 식이다. 고가도로에서 내려와 U 턴을 해서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 해 한참을 가서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무지막지의 나라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보고 온 단편적인 중국이다.



전에 어떤 분이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중국이 미국보다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당신이 보기에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잘 갖추어진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데 한참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느냐 못 하느냐보다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기술이 우리의 기술을 추월하느냐 그래서 우리의 수출구조를 악화시키느냐는 것이다.

중경에서 휴대전화를 파는 상점을 보니, 메이커 수가 참으로 많았다. 시장이 크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무지막지로 돌진하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인건비로 경쟁할 수는 없고,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도 점점 힘겨워진다는 것이 현실이고, 그 앞에 한국의 기술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여러분과 같은 공학도들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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