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오늘부터 부활절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선 그냥 기독교계통 종교계나 아는 행사 밖에 안되지만, 역시 호주는 서양인 중심 사회라, 부활절이 큰 명절이군요.



오늘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화요일까지 5일 연휴라는군요.



여기가 가을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추석 연휴와 약간 비슷한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설이나 추석때, 서울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동남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배회하는걸 보고, 겉도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제가 그런 비슷한 처지가 된 것 같습니다. '어쨌건 크리스챤'인 저이지만,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 주간에 완전히 국외자가 된 느낌이군요.



식당이나 상점은 물론이고, 대형 할인점도 문을 닫았군요. 문을 닫을거란 정보를 미리 듣지 못했으면, 닷새동안 밥도 못 먹을 뻔 했습니다. -_-;



어젯밤은, 부활절 전야라고 해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나이트 클럽 앞이 장사진이더군요. 평소에도 밤이면 애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어제는 말 그대로, 지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인간들이 빼곡히 길에 서 있더군요. 밤새 제가 묵는 기숙사 앞 주차장에서 술-chur-먹고 자동차 소음 시끄럽게 내면서 떠들어대는 애들 땜에, 심사가 사나운 밤이었습니다. 여기 애들 희안한 문화(?)가, 밤에 술 먹으면 아무데나 퍼질러 앉아서, 술병 바닥에 깨드리면서 괴성 질러대는, 그런게 있습니다. 이런 날 밤엔, 운이 좋으면(?) 길에서 패거리로 주먹질하고 싸우는 애들도 볼 수 있습니다. 덩치가 워낙 좋은 애들이라, 싸움나면 살벌하죠. 얼마 전엔, 가끔 옛날 영화에서 (주로 서부의) 술집 장면 보여줄때 나오는 것처럼, 두 놈이 싸우다가 주변에 말리던 애들까지 말려들어 대판 싸움판 벌리는걸 봤습니다. 한국에선 이해가 안가던 그런 식의 말려들어가는 구조가, 어느 정도 리얼리티에 기반한 장면이라는걸 알겠더군요. 고 애들 싸우는데가 바로 그 나이트 클럽 앞인데, 한 번은, 이제 막 싸움이 끝난 듯, 경찰이 와 있고, 바닥엔 '싸움의 흔적'이 있고... 한 적도 있었고... 뭐 그런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 학교에 있는 중국애가 그러더군요. 여기 애들은, 밤과 낮의 얼굴이 다르다고...)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이 한 두 주 남짓 남았네요. 슬슬 정리모드로 들어가려 생각 중입니다. 가기 전에 지금까지 끄적인거 정리해서 결과를 보여주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연휴를 이용해서 좀 달릴까 합니다.



오늘은, 연휴 첫날이란 핑계로 늦게 일어나서 요새 유행이라는, 브런치....로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연구실에 나왔습니다.



텅 빈 길거리, 중국애 하나랑 인도애 하나 빼곤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 건물에 나와서 앉아 있자니, 역시 심사가 심란하네요.



심란한 얘기만 썼군요.



하여간, 즐거운 부활절, 예수님께서 죽은지 사흘만에 부활하셔서, 우리 인간들도 하나님의 자녀로서, 부활의 희망을 품을 수 있고, 마침내 사망의 권세에서 놓여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직접 증거하신 기쁜 날입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