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와 오늘(일)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종일을 보냈다.
Stanford Photonics Research Center (SPRC) 심포지움을 들었고,
오늘은 아침 8시부터 OSA Board of Directors 회의를 스탠포드 대학내에서 했다.
SPRC 심포지움은 원래 SPRC가 회사사람들을 초청해서 자기네 연구를 자랑하고 프로젝트를 따거나 자신들의 특허를 라이센싱하기 위해 갖는 행사이다.
사실 여기서 하는 연구가 당장 회사에 도움될 만한 것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도 많은 회사사람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탠포드에서 무얼 연구하고 있나 보기 위함일 것이다.
오늘 스탠포드 대학의 지적재산권 관리기관에서 온 사람이 발표하는 것을 보니,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 중 스탠포드에서 연구한 기술로 사업화를 한 경우는 5% 밖에 되지 않는다는군.. 야후나 구글때문에 스탠포드가 과대평가되었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고급인력을 배출하여 실리콘 밸리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SPRC의 Executive Director가 OSA의 부회장이고 바로 얼마전에 김주환과 이호원이 인사동을 보여 드린 그 분이다.
OSA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CLEO PR 때 집사람과 함께 저녁을 샀었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가장 친밀함을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한국에서 내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호의를 베푼 것을 고마워하고 있고, OSA 직원들이 그걸 다 알고 있더군...
SPRC 심포지움의 발표는 주로 교수가 하고 일부를 학생이 했는데, Fan 교수와 Hesselink 교수는 출장 중인 모양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탠포드에는 서울대 출신 유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소수의 학생 발표자들 중에도 서울대 출신이 둘이나 있었다. 그리고 Fan 교수 밑의 서울대 출신 유학생의 포스터 발표도 있었고... 서울대 출신들이 잘 한다는 이야기이다. 서울대 출신 9명과 같이 식사도 했다. Fan 교수에게서 학위를 하고 인텔에 취직한 졸업생도 있었고, 포닥으로 있으면서 다른 곳에 교수로 오퍼를 받은 졸업생도 있었다.
나하고 같이 점심식사를 한 학생들은 대개 내가 추천서를 써 주었던 학생들이지만, 여러분이 더 소중한 나로서는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참, 그리고 김주환과 김영민의 안부를 묻는 학생도 있엇고, 홍지수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학생도 있었다. 충격 받았다는 말은 빼고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더군...
나는 추천서를 써 줄 때, 나갈거면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고 보낸다. 한국은 여러분들이 지켜야지...
이곳에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서울대에 남는 학생들보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다. 학점이 좋다는 것은 성실함의 증거이고, 또 연구도 잘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구 능력이 반드시 학점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인 사람들도 학점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경우들이 많다.
포텐셜은 있는데, 우리가 이런 곳만 못한 것에는 물론 해당하는 이유가 있다. 교수, 학교, 학생들에 다 원인이 있다.
일단 프런티어의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Fan 교수의 경우도 보면 이제 테뉴어를 받아 Associate Professor가 된 모양이다. 지명도만 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람인데. 물론 젊다.
이곳의 유학생들이 우선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자격시험이다. 합격해야 박사과정이 될 수 있는데, 9명의 교수를 따로따로 찾아가 구두시험을 본다. 합격률은 50%가 안 되며 단 두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그래서 긴장을 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또 경쟁심에 열심히 연구를 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self-motivation을 갖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어제의 SPRC/OSA Board 리셉션에서는 John Hall 박사님이 과학교육에 대해 재미있는 talk을 했다. 이런 사람들은 발표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몇 년 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미국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많으니 이런 분을 학회에 모시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 오면 초청한 사람이 이를 꼭 신문에 내고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이 분은 내일(월) 시작될 FiO에서 Yablonovitch 교수와 함께 Plenary talk을 하기로 되어 있다. Yablonovitch 교수의 발표제목은 "Nanophotonics: From Photonic Crystals to Plasmonics"이다. 여러분도 들으면 좋겠지만, 학회에 논문을 내라고 내라고 하여도 멀리 가시기 싫어서 잘 안 내시는 분들이라... 낼 게 없어서 그런가?
오늘 저녁 식사는 Siegman 명예교수님 집에서 있었다. 레이저의 초창기부터의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두꺼운 책 Lasers의 저자이다. 강용훈 박사가 다니는 쏠리테크의 정준 사장님의 지도교수였다.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일도 회의가 있고 모레도 있다, 그리고 모레 밤에 비행기를 탄다. 자정을 넘어 LA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하여튼, 사실 나는 인맥(?)을 넓히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다. OSA 보드 멤버도 내가 나서서 된 것도 아니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네가 하는 연구가 뭐냐?" 이런 질문을 안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아, 그리고 Southampton의 요한 닐슨 교수도 만났다. 정윤찬 박사는 아이 돌보랴, 일하랴, 또 ECOC에 발표하러 가랴 정신 없다고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