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하늘과 도덕률 (2)

2007.11.10 18:58

이병호 조회 수:3845 추천:69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독교는 과거의 주장을 변경하여 왔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되었다고는 믿지만, 더 이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많은 신학자들이 우주와 생물, 그리고 인간이 모두 6일만에 창조되었다는 그 시간 개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동물 연구자들은 침팬지 같은 동물도 초보적인 자기 인식 능력이 있고, 감정도 좀 있고 생각도 좀 한다는 증거들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게 지향하는 것은 감정과 사고능력을 갖춘 인간도 결국 진화의 산물이란 주장이다. 이제 상당한 신학자들도 진화를 인정하게 되었다. 대신, 인간이 여섯째 날 창조되었다는 것은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준비된 창조’로 논리가 바뀌었다.

그러면 과학은 기독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는가?

Collins는 생물학자다. 당연히 진화론을 믿는다. 그런데 그는 기독교인이다. 그는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이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논외로 하자. 이 외에 Collins가 기독교를 옹호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이 사람만의 논리는 아니지만, 역시 이 사람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대표적 인물인 것 같다. 하나는 빅뱅 관련이고 하나는 도덕률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천문학은 비인기 분야다. 요새같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시절에 천문학 공부는 한가하게 비칠 수 있다. 그래도 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마 두 가지 중 한 부류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매혹되었던 사람들이나, 빅뱅이론에 끌리어 자신이 그런 연구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천재라고 믿는 사람들… 거기엔 입자물리는 물론, 통일장 이론이니 초끈 이론이니, 12차원이니 등등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무지 어려운 수학과 물리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별을 보러 한두 번은 가게 되기 마련이다. 나도 두 번 갔었다. 갈 때마다 우주를 설명하는 영상물도 봤는데, 보면 절망적이다. 블랙홀이 별을 빨아들이는 그림이 있는데 그걸 다 빨아들일 때까지 엄청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 스케일 앞에 하루하루 시간을 나누어 가며 살아가는 나 같은 존재는 정말 nothing이다. 또 하나의 잊기 어려운 영상물은 우리 우주의 크기를 보여주는데, 지구에서 출발해서 태양계, 우리 은하계, 그걸 더 벗어난 우주 순으로 주밍 아웃을 해 나가는 거다. 거기 우리가 보는 별자리들을 별들을 연결해 표시했는데, 줌아웃을 해나가면서 보면 그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이란 것은 지구에 무지무지 가까운 별들 뿐이다. 당연히 거기서 지구는 nothing이고, 그 안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인간은 nothing이다. 여기에 종교가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는가?

버틀란드 러셀이 이야기했듯이 우주를 신이 창조했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논리의 회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신은 누가 만들었냐, 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 원래부터 있는 거다.”하면, 그렇다면 당초부터 “우주도 원래부터 있는 거야.”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에 문제가 생겼다. 우주는 150억 년 전에 빅뱅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이 이론은 이젠 정설인 모양이다.

Ian G. Barbour가 쓴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에 이런 게 잘 요약되어 있는데,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의 글 등을 인용하고 있다. 좀 옮기자면: “빅뱅이 있은 1초 후 우주의 팽창 속도가 천억 분의 1초만 늦었다면, 그 우주는 현재의 크기에 이르기 전에 다시 찌그러 들었을 것”, “빅뱅이 있은 1초 후 우주의 팽창 속도가 100만 분의 1 정도만 빨랐더라면, 우주는 너무 빨리 팽창되어 별이나 행성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강한 핵력이 조금만 약했더라면 우리 우주는 수소 원자만 지니게 되었을 것이며, 조금만 강했더라면 모든 수소 이온은 헬륨 이온으로 변환되었을 것이다. 위의 어떤 경우든 안정적인 별들과 물과 같은 화합물은 형성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 핵력은 겨우 탄소를 형성할 정도였지만, 마찬가지로 그 힘이 조금만 강했더라면 모든 탄소가 산소로 바뀌었을 것이다. 탄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 생명체의 출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초기 우주에서 반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은 1억 대 1억 1이었다. 이 비율이 1대 1이었다면 (즉, 약간의 비대칭이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들로 구성된 우주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Collins 같은 사람은 이를 신이 우주를 정교하게, 그래서 지구가 생기고 생물이 생기고 인간이 생기도록, 설계하여 만든 증거라고 믿는다. 물론 과학자들은 다른 논리들을 만들어 냈다.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지금 이번 우주가 우연히도 그런 초기 조건을 갖추고 시작한 우주란 거다. 그런데, 현재로선, 현 우주가 다시 수축할 가능성보다는 계속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는 증거가 더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빅뱅은 한 번만 있었는지 모른다. 또 다른 논리는, multiple 우주다. 각각의 빅뱅으로 생긴 우주가 이 우주뿐 아니라 많고 많고 많이 있을 텐데, 그 중, 이런 절묘한 초기 조건을 갖춘 우주가 이 우주란 것이다. 서로 다른 우주간에는 아예 물리적으로 교류가 (예를 들어서 빛이 간다든지) 있을 수 없이 고립되어 있고, 이렇게 고립된 무지 많은 우주 중 우리 우주가 하나라는 거다. 2006년 11월에 Time지에서 도킨스와 콜린스를 논쟁을 붙인 걸 볼 수 있는데, 물론 결론은 없다. 서로 평행선을 그을 뿐이다. 여기서 도킨스는 이런 multiple 우주 같은 개념을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것도 일종의 환상의 수준이다. 무신론자가 종교가 증명할 수 없는 환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고립된 무수히 많은 우주를 말한다는 것 역시 증명될 수 없는 환상의 수준이다. 이런 논리가 신이 이 우주를 만들었다는 논리보다 훨씬 그럴 듯하다고 믿기가 어렵다. 최소한, 증거에 의해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믿음도 두 가지 중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하나를 선택한 것일 뿐이다. 이런 곤란은 일부 과학자들에게 우주를 만든 신 또는 자연 법칙을 만든 신이란 믿음을 받아들이게 했다. 아인슈타인이 믿은 신이 그런 신이다. 그가 믿은 신은 인간 사회에는 관여하지 않는, 어쩌면 자연의 법칙이 신이라고 볼 수 있는, 스피노자 식의 신이다.

Robert Jastrow라는 천체물리학자는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 순간 과학은 창조에 관한 신비의 커튼을 걷어 올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온 과학자에게 이 이야기는 악몽처럼 끝난다. 그는 무지라는 높은 산들을 측량해 왔으며, 이제 막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정복하려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을 이끌고 마지막 한 발을 떼어 놓으려 한다. 그런데 그 꼭대기에 한 발을 내딛자마자 그곳에서 한 무리의 신학자들이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수세기 동안 그 봉우리 위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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