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하늘과 도덕의 법칙 (3)

2007.11.11 19:10

이병호 조회 수:3887 추천:67

이제 Moral Law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Collins는 책의 처음부터 이를 논한다. 이는 C. S. Lewis의 “Mere Christianity”에 길게 설명되어 있는 것인데, Collins는 이에 크게 감명 받아 Lewis의 글을 많이 인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Lewis의 책을 읽어 보면 이 사람은 이런 문제에 대해 무지 많이 생각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다. Lewis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다. 이 영화가 최근에 만들어 졌으니 요새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1898-1963의 오래 된(?) 사람이다. Collins는 Lewis의 복사판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저명한 생물학자라는 옷이 입혀져 있을 뿐… 나니아 연대기 같은 환상물은 얼핏 비기독교적인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사자의 죽음과 부활 장면이 나오고, 이는 예수를 상징하는 것이고, 당연히 이는 Lewis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다.

요지는 이렇다(내가 약간 변형시켰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다툼을 한다.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따지고, 내가 해야 되는 일을 안 한 것에 대해 공격받으면, 왜 내가 그걸 못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었는가를 열심히 설명한다. 내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나면, 왜 나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열심히 변명한다. 국가간의 조약도 어떤 국가가 파기하면 그 국가는 “우리는 무조건 파기한다”가 아니라 그 조약이 불공평한 조약이었었다고 항변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공통의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옳고 그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지역에 따라 다르고 문화에 따라 다르고 종교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것은 일종의 다양성이고 그 근본 바탕은 차이가 없다는 거다. 중세의 유럽에서 기독교도들은 자신들이 마녀라고 믿는 사람들을 화형 시켰는데, 이게 물론 잘못된 거지만, 정말 그렇게 그런 사람들이 악이라고 믿었으면 악을 없애려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선과 악이 존재하고 선을 따라야 한다는 근본 인식은 같다는 것이다.
도킨스나 월퍼트 등등의 사람들은 이런 선과 악의 기준과 도덕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얻어지고 교육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얼마 전에 동남아시아 어디에서 어려서 잃어버렸던 아이를 정글에서 찾아 왔었는데 그 아이가 결국 사회에 적응 못하고 정글로 도망갔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런 아이에게서는 아마 도덕률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이 인간의 도덕률이 사회 생활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물들도 사회 생활을 하는데 인간의 도덕률은 동물 사회의 규칙과 다르다. 도덕률이 진화와 자연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란 주장도 어떤 경우에는 억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절대자의 개입을 전혀 배제하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았을 때, 두 가지의 본능 혹은 충동이 작동된다. 하나는 뛰어 들어 그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안전을 위해 모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한 몸을 희생해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면 이건 자연 선택과정에 의해 우리 유전자가 그런 희생정신을 갖게끔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대 일의 문제는 보다 미묘하다. 반쯤 성공한다면, 내 개체 하나가 죽고 다른 개체 하나를 살리는 일이다. 개체 수의 합은 1이다. 모두 살아 2가 될 확률도 있긴 하지만, 0이 될 위험성으로 볼 때, 내가 개입하지 않아 그 사람이 죽고 내가 살아 개체 수의 합을 1로 유지하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본능 또는 충동이 충돌할 때, 우리 속의 무언가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판단을 내린다. 그 판단은 뛰어들게 하거나 뛰어들지는 않게 해도 무언가 죄의식이나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판단이다. 법적으로는 아무도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이다.
물론, 자연 선택과정에서 우리 유전자에 이런 성향이 과도하게 부여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과도한 윤리 교육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넘어, 사람이 어떻게 고막의 떨림 주파수의 조합에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림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시를 읽으며 감흥을 얻는가 하는 문제에 들어가면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게 도대체 인간의 개체 수를 늘리는데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동물들은 이런 거 없이도 개체 수를 잘 늘려가고 있다. 아마도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 개미 같은 곤충이나 뭐 플랑크톤이나 이런 것 들일 거다. 결국 인간의 유전자에 뭔가 필요 없이 잘못된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게 우연이냐 아니면 절대자의 개입이냐 하는 문제다.

아인슈타인의 신과 달리 콜린스나 루이스가 믿는 신은 인간에 개입하는 신이다. 인류가 생기도록 우주 탄생에서의 초기조건을 조절해 놓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신이 존재한다는 흔적을, 신을 바라보라는 흔적을 남겨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Moral Law라는 주장이다. 마치 로봇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심어 놓은 것처럼… 성경의 창세기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걸 말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라는 말은 외형적 생김새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 사고력, 도덕, 감정,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 등등을 뜻하는 것으로 기독교에서는 말하고 있다.
루이스나 콜린스가 말하는 Moral Law는 단순한 도덕률이 아니라 ‘도덕의 법칙’이다. 중력의 법칙처럼 인간에게 가해진 자연의 법칙이란 거다. 중력의 법칙과 다른 점은 모든 물체는 지구를 향해 떨어지지만, 즉 예외가 없지만, Moral Law와 관련해서는 모든 사람이 고민은 하면서도 반드시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신이 부여한 또 하나의 요소 - ‘자유 의지’란 것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의 이야기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여기서 중단하려 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고 이게 내가 이 긴 글을 쓰는 목적이다.
과학과 종교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분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이런 고민에 부딪칠 것이다. 그래서 그 결론이, 도킨스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비극적 비장함과 겸손함”을 느끼게 하든지, 예수가 말하는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에 이르든지 또는 다른 종교의 교리에 이르든지, 아니면 끝까지 회색지대에 남든지, 그건 여러분들에게 달린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유혹을 느끼고 충동을 느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내가 이런 걸 해야 하나부터,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내가 이런 정도의 비리는 묵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만 너무 고지식해 손해 보는 거 아닌가 등등… 또, 논문을 경쟁자보다 빨리 내야 하는데 이런 정도의 조작을 하지..라든가, 졸업논문 제출 마감이 다가오는데 이 정도의 포장은 하지..라든가, 경쟁자의 논문이 자기에게 심사의뢰가 오면 리젝트 평을 쓴다든가.. 회사에서 내가 이런 정도의 기술은 빼내 다른 곳으로 가도 뭐 어떠랴든가… 나만 너무 원리원칙을 따지면 내가 속한 그룹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라든가…
이럴 때, 내가 쓴 이런 문제들을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물론 나도 많은 잘못을 하고 살지만, 이건 우리 공통의 문제이다.

“순수이성비판” 같은 골치 아픈 책을 나는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임마누엘 칸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으로 다음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에 공감하게 된다. 당연히 그도 무지 많이 생각을 했겠지.. 다음은 콜린스가 인용하는 그 글이다.

“Two things fill me with constantly increasing admiration and awe, the longer and more earnestly I reflect on them: the starry heavens without and the Moral Law within.”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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