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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군요.
그동안 평안 하셨습니까?
저도 잘 있습니다.
두아이와 제 아내의 남편으로서 또 회사에서는 꼭 필
요한 사람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Harman International 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석사때 전공했던 광공학과는 거리가 약간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는 몇 안되는
시스템 아키텍으로 나름대로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참여했던 프로젝의 결과로 BMW, Porsche, PSA
등이 저희 하만의 infortainment system을 장착해서 올해
가을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올해초에는 업무차
한국에 있는 쌍용차에도 몇 번 갔었습니다. 쌍용 체어
맨 W에 저희 하만카돈 제품이 들어가 있는데 양산하기
전에 마지막 버그들을 정리하기 위해, 미국에서 몇
명, 독일에 몇 명, 또 캐나다에서 몇 명이 모여 같이
쌍용측과 일을 했습니다.
저는 일련의 이런 경험들을 통해 글로벌 컴퍼니에서
일하는게 얼마나 exciting 하고 엔지니어로서 한 번 해
볼 만한 것인가 새삼 많이 느낌니다.
캐나다, 혹은 독일에 있는 동료들과 같이 매일 전화하
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저 자신의 엔지
니어링 스킬을 더 다듬고 새로운 것을 항상 배울수 있
는 좋은 기회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
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
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뛰어난 학생들이 공대를 기피하고 의대
나 한의대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매일
하는 일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회도 공대를 졸업하고도 충분히 많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통해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졸업하면 바로
실리콘 밸리에서 일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가졌다
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어라는 벽 때문에 많은 후배
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유학이외는 생각하지 않
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인도 엔지니어들이 인도에서 학
교를 마치고도 이 곳 실리콘 밸리로 H1 비자를 받아 미
국에 옵니다. 그들에게는 실력만 있으면 영어는 문제
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화 인터뷰로도 충
분히 많은 회사들을 감동(?)시켜 비자 스폰서를 받아
미국에 옵니다. 한 인도 친구의 이야기를 빌면 대학 동
기의 80%가 미국에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영어는
아무리 강조해서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이야기 할 때 완벽해야 할꺼라
생각하지만, 여기와서 느낀 거지만, 영어는 그냥 소통
의 툴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낌니다. Melting pot
이라고 불리는 이 곳 실리콘 밸리는 정말 인종도 다양
하고 영어의 악센트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각자의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대화를 하고 모두
그걸 이해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저의 한국식 영어 발
음을 가지고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자신 있게 대화에
참여합니다. 물론 상대방도 전부 이해하구요.
언제 산호제에 오면 한 번 연락주세요. 가끔(?) 교수님
이 뵙고 싶습니다.
아참, 배움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Carnegie
Mellon의 software engineering M.S. 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
다.
실리콘 밸리에 CMU의 분교가 있는데, 거기서 part-time 과
정으로 공부를 할 것 같습니다. 주경야독을 당분간 해
야겠지요. 하지만 같은 과정에 등록한 많은 working
professional들과 네트웍도 만들수 있고 또 새로운 소프트
웨어에 대한 방향도 배울 수 있을 거 같아 조금은 기대
가 됩니다.
물론 회사에서 지원도 받아 재정적인 염려는 없이 공
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가끔 연락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제자 방지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