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2009.01.01 18:27

이병호 조회 수:3852 추천:9

첫째 아이가 애완동물을 사 달라고 계속 졸라 이런저런 생각 끝에 새를 사 주었었다.
집이 지저분해지지 않으면서도, 기르다가 돌보기 힘들면 날려보내자는 계산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기에 채송화에서부터 해당화, 라일락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꽃들이 피었었고, 개도 기르고 닭도 기르고 했었다. 요새 아이들은 자연과 너무 떨어져 사는가 싶기도 해서 집사람과 상의하여 카나리아 한 마리와 금정조 한 마리를 사주어, 새가게 주인의 말에 따라 같은 새장에 넣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카나리아가 짚으로 만든 둥지를 자꾸 부리로 뜯어 지푸라기를 둥지 안에 넣었다. 첫째 아이가 인터넷 검색한 지식을 바탕으로 카나리아가 알을 낳을 것이며 하루에 하나씩 여러 날에 걸쳐 알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로체스터에 갔을 때, 집사람으로부터 카나리아가 알을 낳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며 귀국했는데, 의외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첫 날 알을 낳고 좀 있다가 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비밀은 둘째 날에 집사람이 현장을 목격함으로써 밝혀졌다. 카나리아가 자기가 낳은 알을 자기가 쪼아 먹었다고 한다. 껍질까지… 이렇게 5일에 걸쳐 알을 하나씩 낳고 그걸 다 먹어버렸다.
새해 첫날부터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그래서, 우린 새에 정이 떨어졌고, 볼수록 징그러워, 새를 그냥 새 가게에 돌려주었다.
더 놀라운 건, 우리 아이가 이 이야길 친구들에게 하니, 뭐 햄스터도 자기가 낳은 걸 잡아먹기도 한다고 별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하더라는 것…
동물들이 새장처럼 좁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비정상적 행동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런 종자들은 진화에서 자연도태 되어야 하는 종자들인지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라니, 진화론이 판을 치겠지만,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어떤 책에서 읽은 것인데, 미국의 어떤 문필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로키 산맥 산기슭에 가서 1년을 살았는데, 오히려 자연은 인정사정 없고 힘으로 지배되는 무서운 세상이란 걸 보고 사람 세상만이 매우 특별하다는 걸 절절히 느끼고 왔다고 한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사람은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란 사회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은 문화에 따라 다르고, 이는 상대적이라, 우리 문화에서 옳은 것을 다른 문화에서도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믿던 어떤 문화인류학자의 고민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오지의 어떤 마을에 가서 여성을 학대하는 문화를 보았는데, 이걸 그대로 두어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에는 순장 문화가 있었던 모양인데, 오늘날 우리가 오지에 갔다가 족장이 죽으면 우르르 하인들을 같이 생매장하는 걸 본다면 그게 그저 문화려니 해야 하겠는가.

사람이 동물과 다른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인생에서 목표를 세우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실 졸업생들 중에는 산업체에 간 사람도 많지만 교수가 된 사람도 많다.
자기 인생에 목표를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특히 교수가 된 졸업생들, 그리고 학자의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다음의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Robert J. Sternberg 저, 신종호 역, “스턴버그가 들려주는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 학지사, 2009.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고 미국심리학회 회장을 했던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우리랑 분야가 다르고 또, 미국 사회에서의 이야기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자신이 학계에 또는 사회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소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기 바란다.
유행보다는 자신의 열정을 따르고, 항상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결정한 것에 충실하고, 남과 경쟁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원칙과 목표를 현재 상태와 수시로 견주어 보며 발을 내딛기 바란다.

새해는 소띠 해라 다음의 말이 유행(?)인 모양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 : 호랑이의 눈처럼 예리하되, 소의 걸음처럼 신중하라.
호랑이와 같은 예리한 판단력을 견지하되, 소와 같은 여유와 신중함을 잊지 말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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