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 임용준 결혼

2009.03.29 23:19

이병호 조회 수:3937 추천:10

이 좋은 날에 모든 일을 제쳐두시고, 이 결혼식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는 하객 여러분께 양가 혼주를 대신해서 주례인 제가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한 쌍의 아름다운 젊은 부부를 낳아서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양가 어르신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신랑 신부 양가 어른들과 일가친척, 친지 그리고 이 많은 하객들을 모신 가운데 이 사람이 주례를 맡게 된 것, 또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신랑 임용준 군은 부산대학교 전자전기통신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석사를 마치고 지금 박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산학장학금을 받고 있어 졸업 후의 진로가 정해져 있는 매우 성실하고 항상 믿을 수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입니다. 신부 강호신 양은 캐나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문과대와 Simon Fraster University 경제학과에서 공부를 마치고, 현재 파고다 어학원에서 외국인 강사 매니저로 근무하는 아주 훌륭한 규수입니다.

이 두 사람은 훌륭한 부모님의 아래서 지식과 교양을 쌓았기에, 이 주례가 더 당부할 말이 없겠지만, 이 사람이 인생의 선배로서 느낀 점을 신랑의 지도교수 입장으로 당부함으로써 주례사에 갈음할까 합니다.

영국의 어느 문필가의 글에 “원숭이 여섯 마리를 타자기 위에 올려놓으면 대영박물관의 모든 책들을 우연히 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로 이를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는데, 1분에 1000타를 치는 원숭이 100억 마리를 우주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100억 대의 컴퓨터 위에 올려놓아도 의미를 갖는 문장들로 된 단 한 권의 책도 쓸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우연이란 어려운 것입니다.
이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은 생명이 생겼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가장 기적 같은 일은 생각을 할 줄 알고, 감정을 느끼며, 또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생명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런 놀라운 한 명의 기적과 또 한 명의 기적이 기적과 같은 확률로 만나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미려 합니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은 결혼을 결정하면서,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나눌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이 반드시 장밋빛만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생활이기 때문이지요. 집안 대소사의 문제에서부터 경제 운용의 문제 등 많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갈등도 생길 것입니다. 그것은 먼저 결혼했던 이 세상의 모든 부부의 경험이 말해주는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서, 부부가 살다 보면 좋은 일과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프고 어려운 일들도 생깁니다.
하지만, 이럴 때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켜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지만, 오늘 신랑 신부의 이 인연은 온전히 자기 스스로 취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연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어가는가 하는 것은 오직 본인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시골의 펌프 물의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펌프질을 많이 하여도 물이 올라오지 않고, 빈 소리만 요란합니다. 이는 땅 속에 물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 아니라, 펌프에 물이 메말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펌프에 물 한 바가지를 부어 넣으면 지하수는 샘물처럼 솟아오르게 됩니다.

가정의 행복도 이와 같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불평하는 대신 매사에 믿음과 사랑과 감사를 펌프에 물 한 바가지 붓듯 먼저 부어 넣으면 행복의 샘물은 밑에서 콸콸 솟아오르게 될 것이고, 신랑 신부와 또, 태어날 2세들이 이 행복을 맛보며 기뻐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 온전한 가정, 쉼터가 되는 가정을 서로의 노력으로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며 위해주기 바랍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서로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지식과 격정에 의존하지 말고 지혜와 슬기에 의지하십시오.

사회에서는 서로 경쟁하고 평가하고 평가 받지만, 가정에서는 서로 위로하고 감싸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중요한 사람임을 가정 안에서 서로 확인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두 사람이 만나 이루는 가정의 본질입니다.

또한, 특별히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양가 부모님을 깊이 이해하고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신랑, 신부는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친부모와 똑 같이 양가 부모님을 생각해고, 마음을 다해 효도를 해야 마땅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부와 신랑은 사랑으로 조화로운 가정을 이루길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신랑은 머리카락 굵기의 만 분의 일정도 되는 크기의 나노 광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신랑, 신부는 서로 상의하고 의지해 가며, 태어날 2세들과 함께 조화로운 가정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이제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신혼여행을 갈 텐데, 여행이란 어디를 가는가 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제 신랑 신부는 같이 새로운 인생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평생 아름다운 동행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이 자리를 함께 하여 주신 하객 여러분께서도 새 출발하는 이 아름다운 가정을 지켜 봐 주시고, 미흡할 때는 따뜻한 보살핌이 있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이 가정이 항상 축복 받는 가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간단하나마 두서없는 말로 이만 주례사를 마칠까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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