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트가르트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여러가지가 모두 잘 되었고, 멋진 학술회의, 멋진 곳이었다.
내가 숱한 곳을 다녔지만 독일엔 처음이었다.
길거리에 영어 안내문이 전혀 없고, 기차역에도 영어 안내가 전혀 없어 약간 당황스러웠다. 이름을 대면 여러분도 아는 어떤 양반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추측하여 들어가다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군...
독일 갈 때 최소한 남자와 여자를 독일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알고 가기 바란다.
그런데 사실 더 황당한 건, 호텔 옆에 교회가 있는데, 밤새도록 종을 처댄다는 거다. 물론 낮에도 치는데 그건 그리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밤에도 매 시각 15분에 한 번, 30분에 두 번, 45분에 3번, 정각에 네 번 더하기 작게 몇 번 (아마 몇 시인지를 알리는 것 같다.)씩 친다. 아침 6시에는 마구 친다. 알람이라고 봐야 한다...
뭐 여기 사람들은 잘 자는지 모르겠지만, 시차적응이 안 된 나로서는 아, 15분째 못 자고 있구나, 30분째 못 자고 있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된다.
전에 인도네시아 갔을 때 이슬람교 사원에서 새벽에 확성기를 트는 거 보다 더하다...
이번에 내가 참석한 Fringe 학회는 나는 몰랐었지만, 와 보니, 훌륭한 학회다. 간섭계 계측, phase unwrapping, digital holography, holographic microscopy 하는 대가들이 다 왔다. 몇 사람만 이름을 대자면 짐 와이언트 (서울대에 와서 여러분과 사진을 찍었던 OSA 차기회장), 이름이 복잡한 폴란드 여성 학자 (SPIE 전임회장이다.), 야타가이 교수(일본광학회 회장이다), 다케다 교수, 야마구치 교수 (이 두사람은 서양사람들도 논문에 계속 인용해 대는 이 분야 선구자들이다), 푼 교수, 콜린 쉐퍼드 교수 (싱가폴. 아마 한준구 박사가 싱가폴에 인터뷰 갔을 때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거기 보스다), 그리고 네이처 포토닉스에 논문을 냈던 로젠 등등... 그리고 홀로그래피 분야의 원로들도 왔다. 전임 MIT 총장인 Vest도 왔는데 홀로그래피 역사에 대해 리뷰하는 븍별 연설을 했다. 이제는 모두 작고하여 역사가 되어 버린 에밋 리스, 데니쉭, 벤튼 등에 대한 회고를 했다. (사실, 나는 OSA에서 리스 어워드를 만드는 과정도 시상총괄위웡회 위원으로서 지켜 보았고, 데니쉭을 내가 공동췌어인 SPIE 학회에 초청연사로 모시기도 했었고, 데니쉭 논문 리뷰도 했었다. 사실 SPIE 학회에서 이 분을 만나 무슨 질문을 하자, 자신의 논문이라며 꺼내주고 나보고 복사하고 오라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리뷰했던 논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리뷰했었다고 말하기 뭣하여, 이 양반을 한참 기다리게 하고 가서 복사를 해 왔었다. 벤튼과의 인연은 없지만, 물론 학회에서는 봤었지만, 이 분 작고 후에 이 분에게 어떤 상을 미처 못 드려 시상제도를 고쳐야 하는지 논의가 되는 데에 참여하기도 했다. 무식한 학생들을 위해, 벤튼 교수는 신용카드에 들어가는 홀로그램 기술을 만든 사람으로 이해하면 된다. 리스는 최초의 홀로그램을 만든 사람이다. 가버가 이론을 먼저 발표 했었다는 것을 모른채로.. 사실 가버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었다. 노벨상은 가버만 받았지만...)
주요인사 저녁 식사, 뱅큇 등에서 나는 후한 대접을 받았다. 1번 헤드 테이블에 않혀주어 원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번 학회의 췌어는 독일 사람인데, 자기가 학회란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주겠다며 나를 초청했다. 한 마디로 학회 개최를 위해 엄청 펀드를 모은 모양이다.
뱅킷도 중세 수도원에서 하고, 저녁마나 포도주와 맥주가 무한정 나오고 등등.. 사실, 학회를 많이 해 본 나로서는 그걸 안다. 그 한잔 한잔이 얼마나 비싼지...
펀드 레이징을 왕창(?) 하여 이렇게 성대하게 하는 게 가능한 건, 이 분야의 유명한 사람들이 다 오기 때문일 거다. 이 학회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학회는 볼 수 없다. 아시아나 유럽 학회에서는 초청연사 경비지원도 해 주기도 하고 성대히 대접도 해 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 편으로는 그게 미국의 유명한 사람들 버릇을 나쁘게 하기도 한다... 으례 대접 받고 오려 한다. 자기들이 학회를 하면 아무런 지원을 안 해 주어도 마땅히 아시아나 유럽 학자들이 오려니 하고...
특이한 이벤트가 있었다.
HoloKnight.
1년마다 또는 건너뛰고 면 년마다 holography 분야의 기사(knight)를 선정하나보다.
지금까지 예닐곱 명 선정된 것 같던데,
전번 HoloKnight와 1대, 2대 HoloKnight가 이번에 새로 선정되어 발표한 HoloKnight에 기사 작위를 주는 것처럼 무릎 꿇리고 칼로 어깨를 치는 행사를 한다. 뭐 한마디로 생쇼이지만, 과거 이 작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재미있게 스토리를 만들어서 진행을 했다.
이번에 받은 사람은 상테페테르부르그에 있는 여성 학자다.
이런 건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정말 유럽적인 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기 몇 사람을 보니 미국과 사고 방식이 다르고, 미국적 분위기를 비판하더군...
어제 내가 초청논문을 발표하고 한 양반이 질문을 했다. 끝나고 내게 왔는데, 흥분된 상태였다.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평생 간섭계 계측기 연구 개발을 하고 지금은 미국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독일에서 근무하는 은퇴를 앞 둔 분이다.
Phase-shift interferometry에서 위상 스텝이 랜덤할 때 어떻게 wavefront reconstruction을 할 수 있을까를 25년 동안 궁금하게 생각해 왔었는데, 내 발표에서 그걸 한 걸 보고 놀란 거였다.
한준구 박사의 작품이다. 나도 이게 이렇게 놀라운 건지는 몰랐다.
특허라도 낼 걸...
그런데, 어제 저녁식사에서, Optical Metrology에 크게 기여한 사람 1인에게 주는 상이 있었다. 사전에 수상할 사람에게 귀띔도 안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자리에서 수상자가 발표 되었는데, 흥분해서 내게 왔던 그 양반이었다. 시상위원회 췌어가 그 분의 업적에 대해 10분 정도 뷰그래프로 열심히 설명을 하던데, 한 마디로 평생 간섭계 계측 시스템을 만들어 상용화 시켜 온 양반이더군...
이 분이 수상 소감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자신이 25년 간 못 푼 문제의 해결을 오늘 봤다는 코멘트를 하더군...
한준구 박사, 축하한다.
오늘은 스투트가르트 대학의 기센 교수를 방문했다.
네 시간 정도 같이 있었는데, 정말 놀랍더군.
나보다 나이는 두 살 작더군.
거기 insttute의 책임자인데, 자기 연구원만 30명 쯤 되고, 자기만 쓰는, 그래서 각종 메타머티리얼 구조 팹을 하는 일종의 반도체 공동연구소 시설 같은 것을 혼자 갖고 있다. E-beam 리소그래피 장비 뿐 아니라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테스트 하는 온갖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네이처 시리즈에 밥 먹듯 논문을 낼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직 공개를 안 한, 앞으로 1년 이내에 네이처 시리즈에 나올 일들이라는 것들도 보여 주었다. 여기서 말할 수는 없지만, 금속 디포지션 장비를 자기들이 설계해서 home made한 장비도 있다.
네이처 시리즈에 논문을 써 대는 첫 저자는 중국계 여성 연구원이다.
그리고, 또 훌륭한 구조들을 만든 게 있던데, 학석사 (석박사가 아니고) 통합과정에 있는 중국계 여학생이다.
이 양반은 내 세미나 내내 혼자서 질문들을 퍼부었고, 끝나고는 plasmonic engineering을 하는 제대로 된 사람을 처음 보았다고 학생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던데, 그게 반드시 칭찬만은 아니다. 이 양반의 해석(?)에 따르면, 유럽 학자들이 이론을 만들고, 미국 사람들은 ... 하고 (비판적이라 생략한다), 한국 같은 데에서 실제 응용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데, 그건, 짐작하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칭찬이고 또 한 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
하여튼 이 양반은 3D RCWA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 이는 김 휘 박사의 작품이다. 논문을 안 낸 게 많지만...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한국에 가서 여러분들을 다그치는 데에 참고로 해야겠다 생각하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