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크리스마스인데, 미국에서는 이때부터 1월 초까지 대개들 쉰다.
그런데, Merry Christmas! 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Happy Holidays! 라고 한다. 종교 색채를 없애겠다는 의도이다. 종교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계속 소송을 거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기독교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도 말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나에게 오는 많은 메일 중에 공산국가인 중국의 교수들이 보내는 메일에는 Merry Christmas 또는 Merry X'mas라고 되어 있다. 미국 사람들이 보내는 메일은 모두 Happy Holidays다.
과거엔 많은 미국인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등에 파견되어 기독교를 전파했는데, 지금은 많은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중국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 기독교를 전파한다고 들었다.
중국도 선진화(?)가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 대신 해피 할러데이즈란 말을 쓸 지 모르겠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들이 종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래서 런던에서는 '신은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다'라는 광고문까지 붙인 버스가 등장했다던데, 도킨스는 이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신은 없다.'라고 써야 하는데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다'라고 썼다고.
전에 비행기 안에서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논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거기 나온 도킨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지적설계론자들하고는 상대하면 안 된다고 거의 화가 나서 외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인용되는 통계에 의하면 과학자들 중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 비율은 수십년 전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다.
신이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 말을 들어주고 하는 인격신(personal God)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로 신이 있을 것 같다고 맏는 과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진화론자들은 사람의 유전자 안에 신을 믿게 하는 게 들어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의식, 사고, 감정,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 등등도 모두 뇌 안에서 화학물질이 만들어 낸 환상이고, 그래서 죽으면 그냥 없어지는 거고, 도덕이란 것도 인류가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실은 자기에게 유익만 되면 안 지켜도 되는 것이고... 이게 Godless Science가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과학을 탐구한 많은 사람들이 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호킹이 그랬고 아인쉬타인이 그랬고(인격신은 믿지 않았지만), 슈뢰딩거가 그랬고 하이젠베르그가 그랬고 디랙이 그랬다.
디랙의 말을 옮기자면,
"God is a mathematician of a very high order and He used advanced mathematics in constructing the universe."
여러분도 언젠가는 '나는 죽으면 화학물질 분해와 함께 끝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