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2010.01.01 11:33

이병호 조회 수:3794 추천:9

내가 가족과 함께 여행중이다. 물론 여행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가족을 위한 봉사이기도 하다. 모든 일을 다 놓고 여행을 다니면 좋겠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하다.
어쟀든, 그런 고로 간단히 쓴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다고 난리를 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니 세월이 참 빠르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연구실이 국가지정연구실, 창의연구 등등을 하면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 졸업생들도 산업계와 학계에 널리 퍼져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하면 이제 내가 이런 10년을 두 번을 채 못 채우고 정년을 하게 될 것이다. 내 나이 또래 어떤 교수님은 인생에 승부를 걸만한 일을 할 때가 지나가고 이제 끝이 보인다고 우울해 한다. 연구란 것이 하루 아침에 뛰어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정도 되면 자신의 한계와 끝이 대충 보이기 마련이다.

여러분에겐 아직 창창한 앞날이 남아 있다.
내가 팔로 알토에 와서, 산호세의 각종 IT 회사에 다니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구글, 야후, 이베이, 자이링스, 시스코 등등 어떤 유명한 회사든지 한국 연구원들이 있다. 한국에서 박사를 하고 미국에 와서 사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회사에 다니는 교포도 많다.
학부 다닐 때 내 수업을 들었다는 전기공학부 졸업생의 초청으로 구글도 가 보았다. 말로만 듣던 구글의 공짜 점심도 먹어 보았다. 이 사람의 경우도 서울대에서 석사를 하고 미국 회사에 온 케이스다.

방지훈도 우리 연구실에서 석사를 하고 메디슨에 근무하다가 이곳에 와서 좋은 집에서 산다. 방지훈은 미국에서 회사를 한 번 옮겼는데, 자신이 연구개발할 수 있는 무언가를 꽉 잡고 있으면 직장을 옮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다니다가 (여러분 대부분이 삼성으로 가니)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물론 어디서나 직장 생활이란 것이 힘들지만, 여기서도 구조조정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살벌하다. 해고 통보를 받으면 바로 경비원이 와서 짐싸는 것을 지켜 보고, 바로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는 둥...
그래도, 매니저가 이니라 연구원으로 남는 길을 택한 사람들은 능력만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새 직장을 잘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장수를 하려면 매니저가 아니라 실제 연구원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확보해야 하고 그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누구나 강점이 있고 약점이 있다. 자신이 스스로 그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남보다 잘 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의 장점을 잘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여러분이 간과할 수 있는데, 사실은 여러분이 대학원생으로 있는 기간이 여러분에겐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내가 여러분을 어느정도 자유방임 상태로 두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려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워 두고 시뮬레이션 툴이나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하나라도 더 배워 두고 등등 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을 계속 다듬고 대비시키고 발전시켜 가는 사람만이 더 크게 될 수 있다.

산호세에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다. 좋은 대학에는 또 독특한 교수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교수 때문에 부들부들 떨던 이야기가 추후에는 자랑스런 이야기 거리처럼 되기도 한다. 마치 군대 갔다 온 이야기를 자랑하는 것처럼...
어떤 교수는 학생이 프린트 해서 갖고 간 것을 그자리에서 짝짝 찢어 버렸다거나, 학생보고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이런 게 전설이 된다.
'You wasted my time and money..."
"a lot!!!"
나도 사실 여러분 중 일부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너무 추억 거리를 안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탐구하기 바란다.
대학원 시절은 여러분의 전공 인생을 위해 여러분을 준비시키고 가꾸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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