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학의 1세대

2010.05.08 12:16

이병호 조회 수:3995 추천:19

이상수 KAIST 명예교수님이 작고하셨다.
이 분은 한국광학회를 만드시고 초대 회장을 하신 분이다.
그 전에 한국물리학회 회장도 하셨었고, KAIST의 초대 총장을 하신 분이다.

2007년에 내가 이 분과 김 웅 교수님 관련 글을 올렸었는데, 이제 두 분 다 작고하셨다. 이 분들이 한국에 레이저를 처음 소개하신 분들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이상수 교수님은 KAIST 물리학과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내시고 '기하광학', '파동광학', '레이저 스페클 및 홀로그래피' 등 우리말로 된 광학 책들을 (아마도 최초의 한글 책들이 아닐까 싶군) 쓰셔서, 우리나라 광학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분이다.

2006년에는 OSA의 Beller 메달을 받으셨는데, 당시 내가 시상총괄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도 감회가 크다.
나의 권고에 따라, OSA에서 곧 홈페이지에 이상수 박사님 부고 기사를 띄울 예정이다.

이 분이 1 세대라면 나는 2.5 세대 쯤 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물리학에서 광을 전공하는 분들은 이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나처럼 공대 나오고 유학가서 광을 공부하게 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적게 받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이 분의 영향력은 한국광학계에 지대했고, 특히 이 분은 항상 겸손하신 신사였다. 영국에서 공부하신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좀 돌려서, 내가 전자공학과 학생이었을 때, 우리 학과 교수님 중에 한 분이 처음으로 IEEE 저널 논문을 내셨다고 자랑하셨었다. 선배들 수업시간에는 그걸 복사해서 돌리셨다고 하더군.
지금은 우리 한 연구실에서만도 한 해에 유명 저널 논문을 숱하게 쓰지만 (요새 여러분들이 좀 부진하다), 당시에는 1 세대 기간이었다.
그 당시 전기공학과의 어떤 교수님은 동경대로부터 방문한 교수들에게 실험실 구경을 시켜주시지 않으려고 (보여 줄 게 없으니까) 애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학술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느끼다시피, 아직 한계는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가 많이 나오질 못 한다는 거다. 많은 우수한 졸업생들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기 보다는 유학가는 것을 꿈으로 알고 있는 게 현실이고, 아직,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광학 연구가 프런티어를 개척한다기 보다는 팔로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걸 극복하는 것은 내 세대에는 안 될 지 모르겠다.
그건 여러분 세대에 남겨질 숙제이고 도전거리이다.
그런데, 싹이 노랗다... 이런 느낌을 주면 안 될 거라는데 여러분도 전적으로 동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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