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5 09:46
아직 Delft에 있다. 내일 Warsaw로 간다. 가면 바로 저녁 식사부터 약속이 있다...
Delft에서의 일은 어제 다 끝났다.
지난 일요일 저녁부터 어제 오후까지는 계속 행사들에 매여있었다.
아침 9시에 다 호텔 로비에 모여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로 가고 저녁 먹고 등등 하면 오후 9시, 10시 넘어 끝나곤 했다.
해가 10시 반쯤 진다.
당초 여기서 좀 여유로울 거라 생각하고 할 일을 잔득 챙겨왔는데 여의치 못하다.
예기치 못한 계획서 쓰는 일이 생겼고(학생들은 알지만), 등등 해서, 아직 무겁게 가져온 5명의 졸업학위 논문들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Warsaw 가서 토론할 것과 그 다음 일본 가서 발표할 것(이건 초청 받은 사람들만 오는 일종의 이너써클 미팅이라 내용이 좋아야 한다.)을 준비해야 한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Erasmus Mundus 의 OpSicTech 프로그램의 여름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석사 1학년 포스터 발표 심사하고 2학년 졸업 프로젝트 발표 심사하기 위한 거다.
Erasmus Mundus는 이 근처 출신인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EU 프로그램이다. 아마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인 모양이다 (나처럼...).
이 중 OpSciTech은 5개 대학이 공동으로 석사과정 학생들을 뽑고, 그 학생들은 1학년 때 한 학교에서, 그리고 2학년 때엔 다른 학교에서 수학하고 두 학교에서 공동학위(dual degree)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나보고 서울대도 같이 하자고 한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서울대에 득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5개 대학이란,
Institut d'Optique Graduate School (Univ. of Paris II, France),
Friedrich-Schiller-University of Jena (흔히 예나라 칭한다, Germany),
Delf University of Technology (The Netherlands),
Warsaw University of Technology (Poland),
Imperial College London (UK)
이다. 이 중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이젠 빠지고 Associate 멤버로 남는 모양이다. 이유는 등록비를 엄청 올려 이 프로그램에서 합의한 등록비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
그리고, 앞으로 핀란드 대학이 하나 참여하고, 러시아 대학이 Associate 멤버로 하나 참여하게 될 모양이고..
이 대학들은 훌륭한 대학들이다.
프랑스도 그렇고, 이곳 델프트도 보면 복도에 홍보용으로 붙여 놓은 논문들이 네이처에 난 것, 그런데 표지사진으로 실린 것들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석사 졸업논문 수준들은 일반적으로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광학을 하는 학생들보다 못하다.
1년을 한 학교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여 포스터 발표를 하고, 그 다음 1년은 다른 학교로 가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여 석사 졸업논문을 쓴다.
그러니, 여러분보다 석사 논문의 깊이와 질이 훨씬 못하다. (일반적으로).
하지만 학생들은 여러 경험을 할 테니 학생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인상적인 것이 각 대학에서 여기 참여하는 학생들 약 40명과 그 대학 교수/박사들 15명 정도가 와서 특강들을 함께 듣고, 학생들 포스터 발표를 함께 심사하고, 석사 졸업 발표를 심사하고 아주 진지하게들 토의하여 우수 포스터 발표 수장자 선정하고 우수 졸업 프로젝트 발표자를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마지막 시간에는 5개 대학 대표 교수들이 다 앞에 나와 졸업예정자들을 한 명씩 불러 수여증을 주었다.
졸업장은 추후 각 대학들에서 주게 되고 (두 개 대학씩)..
아무튼 유럽은 자랑스런 역사적인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인으로서 기가 좀 죽는다.
여기에서 Optics 퀴즈 시간이 있었다. 광학역사 문제 22문제를 냈는데, 내가 3등을 했다.
Snell의 법칙으로 유명한 Willebrord Snellius 와 호이겐스 원리로 유명한 Christiaan Huygens 가 네덜란드 출신이다.
현미경을 갖고 연구를 하여 micobiology의 창시자라는 소리를 듣는 Antonie van Leeuwenhoek 가 이곳 Delft 출신인 걸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사전에 주제 공고가 없었던 강의가 하나 있었는데, 이곳 교수가 Albert Abraham Michelson에 대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치밀하게 측정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빛의 속력을 측정하려는 역사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한 시간 동안 강의했다.
끝에 질문시간에 내가 나가서 내가 강의에 사용하는 슬라이드 한 장을 보여주었다.
Michelson이 1800년대 말에 한 이야기인데, 이제 과학에서 큰 이론은 아마 다 끝났을 것 같고 이제는 물리량을 소수점 아래 여섯째 자리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든가 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다. 자기가 측정한 마이켈슨-몰리 실험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인쉬타인의 등장과 양자역학의 등장을 물론 미리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볼 때 얼마나 틀린 말인가!
좀 비슷한 경우가 타운스의 글에서도 볼 수 있는데, 타운스가 대학 다닐 때 교수들이 광학연구는 이제 끝났다고 전공을 바꾸곤 했다는 말이 있다. 타운스가 레이저라는 새로운 빛으로 광학의 분야를 완전히 바꿀 지 누가 미리 알 수 있었겠는가!
역사적인 일은 어렵더라도, 중요한 일을 하길... 중요하지 않은 논문 양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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