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7 20:55
이번엔 많은 학생이 졸업하는데 내가 IMID 실행위원장으로 대구에 있어야 한다.
다음은 월터 카우프만 저, 이은정 역의 "인문학의 미래"(동녘)에서 따 온 것인데, 35년 전에 씌어진 것인데 최근에 번역되었다.
공학과 인문학의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참고하길 바란다.
전공에만 매몰되지 않고 폭이 넓은 사람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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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 시대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인문학에서 우스꽝스러운 예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러한 시스템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변호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체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박사 학위 논문을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인문학 박사 학위 논문의 제목 중에서 괴상한 것들만을 뽑아 종이 한 장을 채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이런 예들은 전혀 부당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논문들은 학문에 기여한다고 여겨지며, 학생들은 논문을 씀으로써 학자와 교육자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자신의 학위 논문과 비슷한 성격의 소논문들을 몇 편 더 써내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학문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어떤 학생이 칸트 이후의 독일 철학에 관해서 두 권 분량은 됨직한 주제를 들고 찾아와 당신에게 지도를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경우라면 당신은 아마 한 권 분량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대신 좀 더 좁은 주제를 선택하라고 권할 것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런 기획안은 포커스가 부족하거나, 설사 포커스가 명확하다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연구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은 가능한 한 빨리 대학원 과정을 끝마치고 독립적이 되기 위해서 1년 안에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필수과정이다. 논문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명료하게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학생들은 논문을 통해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자료들을 정리하고 구성하는지 배워나간다. 또한 학생들은 문헌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부한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능력 또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논문은 특정한 기본 기술들에 대한 한 가지 테스트라고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테스트는 젊었을 때 마쳐야 한다. 일단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지도교수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학자라는 좀 더 자율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논문에 적합한 주제는 거의 언제나 상대적으로 좁은 것들이어야 했다. 특히 철학에서 어떤 철학자의 이론 하나가 아닌, 철학자 한 명의 사상 전체를 조망한다거나 한 세기 전체를 다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거머리의 두뇌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중략)
아주 좁은 전공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들은 진행 중인 자신의 연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점점 더 많이 주장하고 있으며,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동료를 뽑으려고 한다. 그 결과 그들의 학생들은 아주 전문화된 식단만을 먹으며 성장하게 된다. 유수한 대학의 대부분 학과들은 자신과 견줄만한 거머리 두뇌에 대한 전문가 집단은 어디에도 없다는 자부심에 근거해 자신의 탁월함을 주장해 왔다. 이와 같은 영역을 공부하고 싶어 하거나 이와 비슷한 접근법을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장학금이 주어지는 한, 그리고 교수들이 이런 관점을 가진 학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려 하는 한, 비전이나 자율성, 목적의식에 대한 논의는 어떤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 학문에서도 돈이 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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