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1 18:07
새해가 밝았다.
여러분들이 의미 있는, 중요한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며 새해를 시작하기 바란다. 그리고 본인의 ‘철학’을
갖추기 바란다.
우리 연구실 졸업생들이 산업계에 많이 진출해 있고, 학계에도 많고, 연구소에도 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도 많고 저널도 많고 논문도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대부분은 별 영향력이
없는 논문들이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저 자신이 한
일을 논문으로 냈다는 자기만족이나 연구과제의 결과보고서에 논문 수 채우는 칸에 이용되거나 성실히 일했다는 표시 정도의 의미 밖에 없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다. 그래서 사람들이 중요한 논문만을 보길 원하고, 따라서 high impact 저널이 뜨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저널에 내기 위해 자신의 일의 중요성에 대해
뻥튀기가 심해지고, 그런 저널에 내야 큰 연구비도 받고 상도 받고 하니 진정한 연구가 왜곡된다. 작년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은 앞으로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안 내겠다고 해서 그게 뉴스 거리도 되었다. 웬만한 저널에 논문을 내어도 요새는 인터넷 검색으로 다 찾을 수 있지만 그 정보도 많아 잘 안 본다. 그래서 역시 남들이 많이 보고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저널에 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저널을 하나만 구독하라고 한다면 무얼 보겠는가 생각하고 거기 내겠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많은 논문들도 사실 산업체 입장에서 보면 무의미한 것이 많다. 그런 지적을 받을
때마다 연구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산업화와 거리가 좀 있지만 장차 중요해 질 수 있는 연구결과라는
것… 정말 그 일이 중요한 일인지, 중요하게 될 분야인지, 아니면 자신이 허풍을 떠는지, 거짓을 말 하는지는 스스로 잘 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면도 있다. 공학
분야에서 천 명이 모이는 국제학회를 개최해도 일반적으로 일간지에 기사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수 십 명 모이는 국내학회도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그게 꼭 홍보의 차이나 언론의 잘못된
인식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안테나의 효율을 5% 올리는
것 보다 열하일기에 대한 연구가 사회의 주목을 더 받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다소
과도한 자부심은 소위 인사자(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교수들에게서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고수한다.
결국 자신의 ‘철학’이 중요하다. 세상은 복잡하고 인생은 길지 않다. 유행을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이
문제지만 그걸 들여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심지 굳은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학의 연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산업체에도 해당된다. 자신의 철학을 지켜 내야 결국 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자신도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인간은 먹는다고만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살 수 있다. 스스로의
철학을 꾸준히 지켜야 스스로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실 멤버들은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살 수 있을 만큼의 좋은 환경을 갖추고 지적능력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스스로의 철학을 확립하고 자신과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며 새해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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