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축제 기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여기는 여름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adviser의 입장에서는 여름
방학기간이야말로 학생들이 course work의 부담에서 벗어나
research에 전념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RA
student들에게는 마냥 평온한 기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학교에 계속 머물면서 밀린(?) research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되돌아보건데, 지난 10월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맨 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은행에서 checking account는 어떻게 신청하는지,
어디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일주일 간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다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자기네들이 더욱
놀라면서 귀를 쫑긋세우며 듣거나 (그래도 괜찮은 경우),
아예 귀찮은 듯 뭐라고 그러면 미안해서 "I understand"하고
문밖을 나서고...
사회적 하층민(?)에 속하다보니,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서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문제들에 어려움을 느끼도, 어떨 때는
다른 분들의 도움을 절실하게 바랄 때도 있었습니다.
뭐 그러다보니 인간사의 이런저런 일들에 얽히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눈치 무공이라는 것도 연마를 하게 되고,
세상에서 마음이 자비로운 사람은 정말 드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자동차가 없으니,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자신의
의지대로 갈 수 없는 장애인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적인 humiliation을 느끼기도 하고...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의 자동차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따라 사회 계급이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로 집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끙끙 앓는다고
누가 알아주는 사람 없습니다. 스스로 합당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없이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그냥 잊어버리고 즐겁게 사는
것도 좋은 자세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남에게 베푸는 위치에 더 많이 서 있었던
것 같은 저로서는 삶의 다른 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인간적인 성숙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며,
몇몇 분들과는 인생의 느낌, 고민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sincere relation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 어른신의 말씀중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많은 사람들이 문상을
오는데, 정승이 죽으면 찾아 오는 사람이 드물다"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봅니다.
아직도 생활면에서나 학업면에서나 qualified status에 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땀방울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해가면 차차 개선되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크게 아픈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아프면 금전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앰블런스 부르는 것만도 3000달러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 활기찬 봄을 보내시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