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라고 해서 글을 쓴 게 있다.
http://www.creative.re.kr/cr_view.asp?no=672&cn=83
내가 원래 보낸 원고에서 좀 고쳐졌는데, 원래 글은 아래와 같다.
경쟁과 연구
경쟁은 사회에서나 학계에서나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런데, 그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기술의 바탕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소위 핫 이슈에 대해서는 더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세상에 발표되는 논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는가, 누가 먼저 특허를 내는가, 누가 먼저 논문을 내는가를 갖고 세계의 선도 연구 그룹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거나 느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경쟁심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더러는 경쟁상대를 누르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외국 학자들 사이에 간혹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행위가 드러나면 이는 과학기술자로서의 본인의 생애에 중대한 결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웃풋을 내라는 과도한 압력에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경우 뿐 아니라, 남보다 자신이 한 발 앞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는 경쟁자의 논문을 게재 전 자신이 심사하게 되었을 때 공정하게 대하는가 등의 문제까지 포함한다.
결국 젊은 학도들에게 좋은 연구 결과를 내라고 하기에 앞서 가르쳐야 할 것은 이런 윤리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가치관이다.
“내 학생들은 내 실험실에서 일반적 가치를 배우기 바란다. 즉, 특정한 학술 및 전문가적 기술 뿐 아니라, 지적 정직성과 인내력, 그리고 역경에 직면하는 용기를 배우기를 바란다.”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물리학과 교수였던 유진 커민스의 말이다. 이 분은 노벨상 수상자인 찰스 타운스에게 수학했고,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를 길러 냈다.
그리고 이런 윤리와 아울러,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연구를 좋아서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 남보다 좀 늦어도 계속 한 우물을 팔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좋은 성과도 얻을 수 있다. 나는 연구에 뜻을 품은 학생들에게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의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이 2년 동안이나 매달리던 문제를 다른 사람이 풀었다는 연락을 받고, 밤을 새우고 그 다음날 저녁까지 멍하니 있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결국 마음을 비우고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에 끈기 있게 매달려 젊은 나이에 커다란 업적을 내어 필즈상을 받았다.
명예나 보상을 바라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서 그 일에 매달리는 것, 그것이 정말 필요한 자세이고 창의적 업적을 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순수 학문 분야에서는 말이다.
자연의 원리에 대한 경외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자신이 처음 발견했다고 야단법석을 칠 것도 없는 것이, 이는 이미 자연에 존재하던 것을 발견한 것일 뿐이다. 아마 언젠가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발견할 것을 조금 앞서서... 발명도 마찬가지다. 이러이러한 아이디어로 이런 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알게 될 것을...
올바른 가치관과 겸허한 마음,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그저 좋아하는 것, 이것을 갖춘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 사람은 눈여겨보아 둘 사람일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