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

2008.12.17 00:16

이병호 조회 수:3811 추천:11

오기 전에 좀 걱정을 했지만, 잘 마쳤고, 나는 오늘 밤에 여길 떠나 내일 새벽에 인천에 도착한다.

호텔에 경비가 지키고 있고, 출입하는 차량의 앞 본네트까지 열어 검사를 하고, 학회장에도 총 든 사람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그렇게 긴장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수 백 건에 달하는 국내회 학술회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한 건도 펑크 낸 적이 없어, 그 전통을 이어가게 되어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이곳 학회 General Chair인 비슈누 팔 교수를 잘 알아 안 오기가 미안했다.
또한, OSA의 공식적인 팀이 여기 오는데에 그 논의과정에서 내가 수차례 전화회의에 참여하며 관여했는데, 그동안 취소 여부를 놓고 많은 토론 끝에 OSA 팀이 규모를 축소해서 오게 되었다.

와 보니, OSA, SPIE, IEEE LEOS에서 모두 사무국장이 왔고, OSA와 SPIE에서는 전임 회장도 한 명 씩 왔다. 나는 이들을 모두 안다. Globalization하는데 서로들 경쟁이다.
SPIE의 사무국장 (SPIE는 Executive Director란 명칭을 최근에 CEO로 바꾸었다.)은 나를 반가와 했다.
사실, OSA에서 나를 먼저 보드에 집어 넣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SPIE에서 그 자리에 갔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SPIE의 CEO를 볼 때마다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억셉트 한 자리에서 내 임무를 할 뿐이다.
OSA Student Session도 잘 마쳤고, OSA Member Reception도 매우 성황리에 잘 마쳤다. 심지어 안내판에 글자 쓰는 것도 내가 했다. 이유? 미국 사람들은 글자를 정자체로 못 쓰기 때문에...
OSA 전임회장이 발표한 자료에는 여러분들이 OSA 서울대 학생챕터를 만들 때 찍은 기념 사진이 들어가 있다. 아마 오랜 기간 그 사진이 이용될 듯 싶다. 물론 내 기획대로 찍었던 사진이지만,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OSA 차기회장과 플래카드 밑에서 폼잡고 찍은 사진이니, 안성맞춤이다.

플레너리 톡을 다섯 사람이 했는데 (몇 사람이 안 와서 교체되었다.), 그 중 네 사람은 내가 안다. 다른 한 사람은 싸우쓰햄턴 ORC 책임자인 데이빗 페인 박사인데, 내가 정윤찬 박사의 지도교수였다고 소개를 하니, 반가워 하더군. 좋은 사람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사실, 데이빗 페인의 발표 자료에도 정윤찬 박사와 이 분이 High Power Fiber Laser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벤 이글턴도 플레너리 톡을 했는데, 내가 잘 안다. 지난 번 로체스터에서는 공항에서 만나게 되어 함께 택시타고 호텔에 가기도 했다. 그 때 염동일 박사 이야기도 하더군.
어쨌거나, 내년 4월에 자신이 시드니에서 하는 학회에 펜드리 등도 온다고 꼭 학생을 보내달라고 몇 번 이야기 하더군...

내가 일 년에 여러 번씩 국제학회에 초청 발표를 다니지만, 사실 좀 지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플레너리 톡을 하고 다니는데, 어느 순간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이 그리 되고 나는 계속 병렬 세션 초청 발표에 머문다면, 그리고 계속 그리된다면, 좀 멋적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건 폼을 못잡아 멋 적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뛰어난 연구 결과가 없다는 점이 스스로 창피해 질 거란 뜻이다...

뭐, 서양 사람들을 좀 알기는 해도, 사실, 마음이 편한 건 동양인이다.
홍콩의 어떤 아는 교수와 많은 이야기도 했고, 그 양반도 내가 편한지 별별 이야기를 다 하더군...

홍지수와 조성우는 귀국하면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모양인데, 개의치 않고 당일로 타지마할을 다녀 왔다. 열 두 세 시간 이상 걸렸을 거다.
뭐 스스로 열악한 호텔에 들어가서 경비를 아끼니 기특하기도 하다.

사실 인도는 위험한 나라는 아니다. 다만 너무 못 사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외국인만 보면 어떻게든 돈을 뜯어낼까 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겁이 나는 거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공항에 입국할 때, 노트북을 못 가지고 들어온다는 황당한 세관원과 실랑이하다가 돈을 달라기에 지쳐서 그냥 주고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나라가...
차길에서는 차가 신호에 멈추기만 하면 학교도 안 다니는 아이들이 와서 창문에 찰싹 붙어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고급호텔은 미국의 호텔보다 숙박료가 비싸고, 델리의 좋은 집은 우리돈으로 5억 이상 씩 하는 것들도 많은 모양이다. 빈부의 격차가 엄청나다고 하겠다.

비행기에서 내 옆에 앉았던 사람은 인도출신 미국국적자인데 스물 몇 살에 미국에 가서 보잉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LA 근교에서 큰 농장을 운영하며 서브웨이 샌드위치점 다섯 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 사람 말이 인도는 공무원의 부패가 너무 심해서 문제라고 했다. 이 사람이 미국이 좋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드는 것은 부유하다는 게 아니다. 힘 없는 사람도 똑 같이 말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통령 딸이 음주운전하다가 구속되는데, 인도에서는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얼마 전엔 어떤 분이 어떤 나라에 다녀와서는 교통경찰이 돈 달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시더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도 십 년, 이십 년 전에는 그랬었다.

결국, 사회지도층이 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아래에서도 그리 되고 그래야 투명한 사회가 되고 억울한 일도 적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내가 뭐 지도층에 속하게 되겠느냐' 생각한다면, 그건 아마도 좀 못 배운 사람들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
인도 길거리에서 학교도 안 다니며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인도의 지도자들은 잠이 잘 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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