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일정을 마치면서

2009.02.23 16:35

이병호 조회 수:3817 추천:11

호주에서 공적인 일정은 다 마치고 이제 며칠 쉬다 가려고 한다.
쉰다는 게 실은 가족을 위한 봉사(?)이지만...
여전히 일들은 생긴다. OSA에서는 또 무슨 위원회에 들어 와 달라고, 그래서 첫 전화 회의를 다음주에 하자고 하더군..

첫째 아이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이번 주의 학생으로 선정되는 등 국위를 선양(?)했다. 둘째 아이도 좋은 경험을 했다.

UNSW에는 솔라 셀로 아주 유명한 그룹이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봤던 플라즈모닉 솔라 셀 논문이 여기 논문이었다.

시드니 대학 CUDOS도 방문하여 세미나도 하고 랩 투어도 하고, 벤 이글턴, 마틴 (Optics Express 편집위원장), 사이먼 플레밍 등과 점심식사도 함께 했다.
모두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여기 연구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뛰어난 연구가 많다.
2주 전 Nature Photonics에 논문이 하나 나왔고 또 하나가 억셉트 되었다고 했다. 그 전에도 네이처든가, 한 두 편 논문이 나왔었다.

내 세미나에서는 벤 이글턴이 집요하게 플라즈모닉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유전체 도파로 구조로도 할 수 있다, 장점이나 응용 분야가 뭐냐를 갖고 물고 늘어졌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다. 아마 그 전 주에 CUDOS 워크샵에 초청되어 온 사람이 플라즈모닉스가 쓸 데 없다는 주장을 강력히 하고 간 모양인데(몇 시간 씩 토론 했다고 하던데), 그 영향인 것 같다.
그 사람 말로는 평면 금속에서의 플라즈모닉스는 유전체 구조로 다 비슷하게 할 수 있고, 다만 금속 나노 파티클 이용하는 것만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한 모양이다.
그래도, 여러분이 만든 내 발표 자료가 좋으니 달라고 하더군...

염동일 박사가 여기 와서 수퍼콘티눔 관련 실험을 아주 잘 한 모양이어서, 벤과 마틴 모두 염 박사 이야기를 하더군.

마틴은 내게 Optics Express의 Focused 세션을 만들어 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는데, 내가 여기 저기 특집호에 관계된 게 있어 똑 같은 주제로 또 하기도 그렇고...
Optics Letters는 Optics Express와 차별화 하기 위해 게재 논문 수를 줄이고 억셉트를 더 까다롭게 하기로 한 모양이다. 사실 그래도 Nature Photonics를 넘진 못 할 텐데... 알란 윌너가 편집위원장이다.
참 이상하게도, 이런 사람들은 사고 방식이 좀 다른 모양이다. 알란 윌너는 2007년에 IEEE LEOS 회장을 했는데, 지금은 Optics Letters 편집위원장직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브라이언 컬쇼는 수년 전 SPIE 회장을 했는데, 현재 IEEE PTL 편집위원을 하고 있다. 그냥 자기가 계속 프로페셔널 한 관심사나 봉사직을 수행하는 것이지, 높은 자리를 했다고 낮은 자리는 자기 격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여기서 다닌 학교에서도 보면 학부모 초청 모임을 하는데 교장선생님이 직접 소시지를 구웠다. 교장이라고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뿅하고 등장하여 인사말만 하고 퇴장하는 게 아니라...

벤 이글턴은 나보다 나이가 적지만 외국에선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CUDOS 센터장을 하고 있고 현재 호주광학회 회장이다.
시드니 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벨 랩에 가서 처음에는 포닥으로 시작했다가 그룹 리더가 되었던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벨 랩이 기울어 가자 시드니 대학에 자리를 잡은 거 겠지만...
과거에 광섬유 격자를 하던 우리 졸업생들은 이 사람 이름을 기억할 텐데, 광섬유 격자에 금속 코팅을 하여 전류로 열을 가해 tunable displersion compensator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시드니 대학에서 연구를 잘 하는 이유를 보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뛰어난 박사급 연구원이 여럿 있다. 그리고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여기선 optofluidics를 한다고도 주장하는데, 한 사람은 photonic crystal fiber로 하고 한 사람은 평판 photonic crystal waveguide로 연구하는 걸 볼 수 있다.
영어가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사실 호주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삼성과 같은 좋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건 여기서 뛰어난 논문을 쓰고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직장을 잡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두 명은 외국에 포스트닥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둘 다 인터뷰도 하는 등 그런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실력이다. 포스트닥은 훈련시켜 쓰는 것이 아니라 당장 연구에 투입할 인력이기 때문에 잘 갖추어진 실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이론적 지식, 실험 능력, 광학 부품을 다룬 경험, 각종 소프트웨어로 시뮬레이션 하는 능력, 발표 자료를 잘 만드는 능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게 잘 갖추어져야 하고, 그리곤 영어를 곧 잘 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한국에만 국한되지 말고, 영역을 넓혀 외국으로 나가서 인지도 있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정윤찬 박사가 좋은 본보기이지만, 그런 졸업생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뮬론 산업체에 가지 말라는 이야긴 아니다. 산업체든 학계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여기 UNSW의 강딩 펭 교수나, 스윈번 대학의 민 구 교수 모두 상하이에서 박사를 하고 호주에 포스트닥으로 왔다가 잘 하여 교수가 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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