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09.09.02 18:00

이병호 조회 수:3682 추천:7

톨스토이 소설을 이야기 하자는 건 아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 중에 여기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낮에 너무 뜨겁다. 이제 여름이 가면서 약간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이 더 좋다.
공기 좋고 여유로와 보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처럼 복잡하고 부대끼는 데에 익숙한 사람은 오래 살긴 따분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미국 생활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잘 살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있고, 이런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한국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래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한국에서 보다 덜하다. 일단 뉴스만 안 보는 것도 영향이 크다.

환경이 좋아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마찬가지다. 여기 최근 세 달 동안 세 명의 청소년이 기찻길에서 자살을 하여 지역 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무슨 이유로 그리 되었는지는 소문만 있고 신문에는 나지 않지만, 미국에서 사립 명문대를 가려면 그 스트레스는 결코 한국 못지 않다.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 한 가지와 악기 한 가지를 프로처럼 해야 한다. 훌륭한 데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이런 걸 보고 뽑는 취지는 공부만이 아니라 장기간 어떤 걸 배우고 일정 경지에 오르게 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것을 높이 사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말은 좋지만 애들을 어려서부터 잡는 것이다. 그리고 악기 연주를 수준급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부모 중 하나가 열심히 차를 몰고 끌고 다니면서 레슨을 시켜야 하는 거고, 물론 그게 다 돈이다. 애당초, 부부 중 하나는 집에서 놀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데 전념할 수 있을 만큼 다른 한사람이 돈을 엄청 버는 부자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부자들 자제들이 명문대 가기 쉽게 만들어 놓은 장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 못 참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입시제도를 바꾸라고 데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아니라, 아시아 엄마들이다. 아시아 학생들은 똑똑한 아이가 많다. 그래서 악착같이 자기 아이들을 그런 걸 시켜 명문대에 넣으려고 하는 거다. 이 근처의 쿠퍼티노란 도시는 이미 매우 유명하다. 인도, 중국 아이들 천지인데, 학력은 높고 백인들은 빠져 나온다. 인도 애들은 정말 19 단을 외우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 중학교에 다니게 된 우리 첫째 아이의 준비물에 보면 계산기를 가져 오라는 게 있다!!! 이 학교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한국에서 아이만 데리고 공부시키려 온 엄마들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살까 싶지만, 뭐 한국의 교육도 거의 미쳤다고 볼 수 있으니 이해가 된다.

이런 세상에 2세를 낳는다는 것은 그래도 축복이다.
아이들이 없으면 세상을 무슨 의미로 사는가 하는 사람들 많다.
그만큼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기쁨이 크고, 또 부모들을 항상 바쁘게 만들어 인생무상 같은 걸 생각할 틈을 안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건 아이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목표의식, 자기 삶에 두는 의미,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자기 가치관과 자기 사는 방식이 조화를 이룰 때의 안정감, 뭐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걸 갖출 수 있게 기르는 게 중요하고 부모도 마찬가지다. 유념해야 하는 것은 아이가 부모의 한을 풀어준다든가 대리 충족을 해 주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말은 쉽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다...

상식이지만, 또 상식에 답이 있다.
돈 많이 벌고 좋은 직장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개인 병원 운영하는 의사가 인생에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명문 법대 나오고 저명한 로펌에서 돈 많이 받고 있지만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A와 B가 소송이 붙어 A를 돈 많이 받고 변호하는데, 상식과 윤리에 비추어 보면 A가 그른데 A를 옹호해서 승소하게 하는 직업이 자기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다.
자기 가치관과 맞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잡소리가 되었지만,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고, 자식들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은 기적이고 그건 항상 축복이다.
나도 기르는 중이지만 여러분들도 잘들 기르기 바란다.
세상에 노력 없이 되는 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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