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5 06:51
온 지 1주일이 지났는데,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할 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적는다.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을 것도 같지만...
한 마디로 공부만 하고 일만 한다.
내가 여기 온 건 유럽 여러 학교들이 참여하는 유럽대학원생 프로그램 Erasmus Mundus의 지원으로 온 것이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1월 12일에는 파리의 Institute of Optics에 가서도 세미나를 해야 한다.
여기 Warsaw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월요일에 1시간 45분 강의를 했고, 어제는 1시간 동안 세미나를 했다. 여기 세미나는 교수들이 모두 들어오는 게 특징이다. Mechatronics Division을 만들었었다는 은퇴한 교수님도 들어왔다. 내일은 2시간 반의 강의를 해야 한다.
강의수준도 높아야 한다. Fourier Optics, Phase-Shift Interferometry, Phase Unwraping 이런 것들 이미 학생들이 다 배웠다고 하니...
나로서 불행한 건 다음주도 이 패턴이 이어진다는 거다. 강의거리를 만들어 대는 게 일이다. 그동안 여러분이 만들었던 많은 자료와 이일민 박사가 도와주는 자료가 있지만. 사실 내가 그동안 다양한 주제로 엄청 발표를 하긴 했다.
나보고 3D 디스플레이에 관한 강의거리는 남겨두란다. 그건 1월에 또 연속해서 하자고...
여기 교수님 과제 따는 것도 지원사격을 두 건 정도 해 주기 위해 회사사람들을 만나고 기술동향 발표도 내가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Electronic Imaging 단기강좌 강의자료 제출마감도 이번 주 금요일이고 (홍지수, 정재현 등이 도와주고 있지만), 내일은 SID 와 전화회의도 두 시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JSID 우수논문상, 우수학생논문상 선정하는 회의인데, 내가 여행중이란 것은 미국에 알렸는데, 전화회의에서 빠질까 하는 생각도 굴뚝같다. 일이 너무 많다.
여기선 반사+투과형 Digital Holographic Microscopy를 만들고 있던데 그거 이미 만들어서 임용준 박사가 올해 출판한 논문을 내가 보여주었다.
아무튼 내게서 많은 걸 얻으려 하는 것 같고, 그만큼 내게 잘 해주기도 한다.
방이 네 개인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는데 (아주 넓은 건 아니고), 넓으니 춥다...
그리고 오후 4시면 캄캄해진다. 뭐, 공부 말고는 할 게 없다.
12월 26일부터 1월 1일까지는 나를 초청한 교수님 가족(손자들까지)과 또 방학하면 오게 될 내 가족과 함께 어딘가 산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되어 있다. 그 기간 동안엔 아마 내가 인터넷도 못 볼 거다.
추운데 와서 고생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참 내가 바르샤바에 초청받아 왔다니 생각하면 느낌이 새롭기도 하다.
내가 여기 학생들에게도 이야기 했는데, 사실 한국 사람들이면 모두 바르샤바, 폴란드를 알 거다. 어려서 모두 퀴리부인 전기를 읽는다. 나는 고등학생일 때 퀴리부인의 둘째 딸이 쓴 어머니 전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었다. 뭐, 좋은 이야기만 쓴 거겠지만, 아무튼 퀴리부인은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했다.
그런데, 내가 무식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코페르니쿠스와 쇼팽도 폴란드 태생이란 걸 이번에 알았다. 바웬사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보면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인 것 같다. 삼성, LG 광고판은 여기 보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 세계에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은 없으니 아쉽다.
아픔도 큰 나라다. 아우슈비츠가 폴란드에 있고, 바르샤바는 2차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 싸그리 폐허가 되어 오래된 건물이 없다고 한다. 1950년대에 스탈린이 지어줬다는 높은 건물이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모스크바에 만든 건물을 본따서 지어준 모양이다.
여기 조교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여기서 교수가 되긴 참 어렵겠다. 특히 Professor 중에서도 대통령이 임명해 주는 Professor란 직위가 있는 모양이다.
여기 교수의 고민은 우수한 학생들을 영국, 프랑스, 독일에 뺏긴다는 거다.
우리도 그런 어려움은 있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잘 하고 있다.
얼마전 출판된 책 - 정확히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IT 천재들'이었던가? -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여러분도 한 번 시간이 나면 사 보고 열정을 키우길.
트랜지스터 만들던 이야기, 컴퓨터 만들던 이야기 부터 SNS까지 길을 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쓴 사람이 문과출신이다. 전자신문 기자를 오래 하여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지만, 이런 걸 볼 때마다 좀 이상한 느낌을 갖는다. 초등학생들이 보는 과학책(이야기 식으로 풀어서 쓴 것)들도 보면 상당량이 그 저자가 문과 출신들이다...
아무튼 열심히들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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