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에서

2006.09.18 01:23

이병호 조회 수:3691 추천:279

어제 밤 10시 넘어 비행기가 성도(Chengdu)에 내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밤에 와도 되었을 텐데, 어제 밤에 온 이유는 혹시 비행기가 못 뜨거나 할 때, 달리 방법을 못 찾으면 월요일 초청발표를 못 할까 싶어서이다.
이런 내가 볼 때, 학회에서 자기 발표시간에 겨우 맞추어 뛰어 들어오는 학생이나, 세션 전에 미리 와서 파일을 업로드하지 않고 늦게 와서 발표 직전에 업로드 하는 학생들을 보면 속이 터진다.
하지만 뭐 그런 꼴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

성도로 오는 비행기는 만원이었는데, 대부분이 단체 관광을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그리고, 가이드가 있고, 일부만이 저 사람은 왜 올까 싶은 사람들인데, 내가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나는 성도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한국 가는 비행기도 역시 관광에 유리하게 맞추어져 있어서 자정경에 출발하고 인천에는 새벽 4시경 도착한다. 고생스런 수요일이 될 것 같다.

학회 General Chair는 Rao 교수인데,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다, 광섬유 센서를 연구하는 사람이면 모두 이름을 들어 보았을 사람이다.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2년 전에도 내가 이 분의 학회에 가서 초청발표를 했었다.
벨 랩에서 은퇴한 팅기 리 박사도 보았는데, OSA 회장을 했던 매우 유명한 사람이고 중국인들의 대부와 같은 인물이다.
광주의 APOC에도 왔었는데, APOC은 사실 이 분과 이 분이 데리고 있던 벨 랩 마피아(?)들이 운영하는 학회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 학회를 하면 유리한 점들이 좀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특히 서구인들이, 중국에 가 보고 싶어 한다.
또,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많은 Chinese-American들이 이를 기회로 자기 고향을 방문하려 한다.
그리고, 등록비가 상대적으로 싼 데도 잘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연도 보여주고 한다.
그래서, 결국, 학술회의에서도 중국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무서운 점은 세 가지쯤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인해전술이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 소위 현재의 세계적 인기분야, 비인기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연구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한 물 간 연구분야라도 중국에서 많이하면 중국에서는 인기 분야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연구 수준이 낮고 일부 뛰어난 연구가 있지만, 언젠가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광주의 APOC에 중국학생들이 많이 왔었는데, 발표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기 발표만 하곤 나가거나, 질문 없이 듣는데 익숙한 우리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째로 정말 무서운 것은, 중국인들은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국력과 산업수준과 문화가 우수하니 인정을 받지만, 우리가 밀리면 무시당하게 될 게 뻔하다.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위로는 미국과 일본의 원천기슬을 따라잡는데 힘이 부치고, 아래로부터는 치켜 올라오는 대만과 중국에 치인다는 데에 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우리나라의 우수인력들이 무언가를 해 주기를 바랄 수 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어디가서 우리나라 인재를 찾겠는가? 구박은 좀 받지만, 결국은 여러분 같은 사람들 밖에 달리 또 뾰족히 찾기도 어려운 것이다. 일당 백, 일당 십, 아니면 일당 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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