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변화

2007.02.16 18:56

이병호 조회 수:3721 추천:168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미국광학회 보드 미팅에 다녀온 후 급한 일들의 처리가 이제 일단락 되었다. 다음 주에 해야 할 일들이 또 눈에 보이긴 하지만.

이번 워싱턴 방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두 개 OSA 저널의 편집위원장들과도 편집위원 추천에 대해 좀 이야기 했고...

Saleh 교수도 만났는데, Fundamentals of Photonics 새 판이 이번 주에 나온다고 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도 이 책을 아직 교재로 쓰던데, 나도 교재로 쓰다가 지금은 못 쓰는 이유가 한국에서는 수입이 더 이상 안되기 때문이다. 16년 전에 나온 책이니... 하지만 역시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우리 신입생 교육 세미나에는 아직 여러분들이 복사를 해서 이 책을 사용할 정도로...
공학분야에서는 참 고되게도, 책이 10년 정도 되면 좋은 책이라도 교재로 쓰기가 부담스럽다. Out of dates가 된 면도 있고 하니...
새 판을 자꾸 내야 하니 책 저자들도 불쌍하다.
인문사회계는 나이가 들면 연륜이 쌓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 out of date 된 사람으로 생각되기 십상이다.
결국 꾸준한 변화만이 살 길이다.

이번에는 보드 멤버에 독일 사람 둘이 새로 들어왔다. 김 정호 박사의 말이 정말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Photonic Crystal Fiber의 창시자로 유명한 필립 러셀이다. 영국의 Univ. of Bath에 있었는데, 한 일년 반 쯤 전에 독일로 옮겼다.
아시아인은 여전히 나 혼자다. 내년에는 한 명 추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미국광학회에서도 영어를 꼼꼼히 읽고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내가 많이 참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의 논문들을 수 백편 보면서 훈련된 것이 아닐까?

물리를 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가?
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비교하면 답이 짐작이 된다.
물리를 하는 사람과 전자공학을 하는 사람 중 누가 일반적으로 더 변화에 빠를까?

물리를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이 보수적인 걸 보면,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이것이 받아들여지고 하는 과정이 이런 성향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를 누군가 스터디 해 본다면 어떨까 싶기도하다.

OSA와 SPIE에서 이런 성향이 잘 비교된다.
OSA는 물리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Rochester에서 시작이 되었고 SPIE는 사진기술자협회로 시작되었다.
SPIE는 재빨리 새로 뜨는 분야들을 찾아가며 학술회의와 전시회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고, OSA는 좀 느리다.

물론 OSA도 엔지니어링 마인드도 갖고 있고 빠른 대응을 시도한다.
OSA 최초의 저널은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이고 90년 전인 1917년 1월에 첫 발간되었다.
이 첫 호에도 보면, 학술 논문 외에도 특허에 대한 소개를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음력설을 맞이하여, 내가 한국회원과 중국회원들에게 Happy New Year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OSA에 이야기 했고, 이는 몇 시간 만에 구현되어 이메일이 해당 회원들에게 발송되었다.

이런 빠른 대응은 OSA와 SPIE의 경쟁 관계에도 기인할 것이다. 두 학회는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고 협력도 한다. 공동으로 선발하여 수여하는 상이 있는가 하면, 공동으로 미의회 인턴쉽 학생을 선정하기도 하고, 미국 의회에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하여 로비를 할 때에는 보조를 맞춘다.

하지만, OSA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부회장이 제안하는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보드 멤버들이 신중히 반응하는 것을 보아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OSA의 논문지들의 impact factor는 SPIE 저널들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즉, OSA 저널들이 더 존경(?) 받는다고할 수 있다. 하지만, SPIE의 학술회의와 전시회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가곤 한다.

이것이 어쩌면 자연과학과 공학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open mind, 보수와 변화의 조화, 그리고 협력적 경쟁, 이런 것들이 학회를,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요인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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