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도의 경지(?)

2008.05.11 18:28

이병호 조회 수:4071 추천:25

어제 홈커밍데이 행사에 졸업생들이 가족과 함께 많이 참석해 주어 고마웠다. 한 23명 쯤의 졸업생이 온 것 같던데,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4시간여를 운전하여 온 졸업생도 있고, 대전, 광주, 부산 등 멀리서 온 졸업생들에게 특히 고맙게 생각한다. 사정상 못 온다고 연락했던 졸업생들도 고맙고.
졸업생들이 하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란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길지만, 다음의 글을 옮겨 본다. 법정 스님의 '텅빈 충만'이란 책에 나오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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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역사서인 <조당집>과 <마조어록(馬祖語錄)>에서 대매(大梅) 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추려본다.
화상의 호는 법상(法常)이며, 일찍이 형주의 옥천사에서 출가하여 수행하다가 20세 때 용홍사에서 구족계(비구계)를 받았다. 온갖 경전을 널리 배워 통달하고 대소승의 경론을 강의했지만, 많이 아는 것이 말재주에는 보탬이 될지 몰라도 마음을 깨닫는 일에는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선지식을 찾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도를 묻고 배우다가 강서(江西)의 마조 스님 회상으로 찾아간다.
처음으로 마조 스님을 친견하고 나서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마조 스님이 대답했다.
“그대의 마음이 바로 부처니라.”
이 말에 법상은 문득 깨달았다.
“어떻게 지녀야[保任]겠습니까?”
“그대가 잘 보호해 가지라.”
다시 물었다.
“법이란 무엇입니까?”
마조께서 대답했다.
“역시 그대의 마음이니라.”
또 물었다.
“달마 스님이 인도에서 이 땅에 오신 뜻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대의 마음이 그것이니라. 그대가 그 마음을 알기만 하면 모든 것은 바로 거기에 있느니라.”
법상은 그 길로 행각의 길을 떠나 대매산(大梅山)에 이르자 거기 머물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때 약간의 곡식 종자를 구해 가지고 한번 깊은 산으로 들어간 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 마음이 곧 부처임을 확신한 그는 다시 더 묻고 배울 것이 없어졌다. 그저 이 마음을 살피고 쓸 줄 알면 그것으로 족했다. 즉심즉불(卽心卽佛)이라고 한 마조 스님의 이 한마디가 그의 생을 바꾸어놓고 또한 삶의 알맹이를 이루었던 것이다.

(중략)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염관 제안 문하의 한 스님이 산에서 주장자감을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헤맨 끝에 우연히 한 초막에 이른다. 문득 초막 안을 들여다보니, 풀잎을 엮어 만든 옷에 머리는 뒤에서 하나로 모아 묶은 행색의 한 사내가 거기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객을 보자 초막 안의 사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 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런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사는 까닭을 물으니 그가 말했다.
“마조 스님을 뵈었기 때문이네.”
방문객이 다시 물었다.
“여기서 산 지가 몇 해나 되었습니까?”
“몇 해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다만 둘레의 산빛이 푸르렀다가 누래지고 다시 푸르렀다가 누래지는 것만을 보아왔을 뿐이네. 이렇게 거듭하기 한 30여 차례나 되었을까......”
길을 잃고 헤매던 방문객이 다시 물었다.
“마조 스님 밑에서 어떤 법을 얻으셨습니까?”
“마음이 곧 부처!”
그가 하산하는 길을 묻자 골짜기의 물을 따라서 내려가라고 일러주었다.
그 스님은 무사히 산에서 돌아오자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염관에게 낱낱이 이야기했다. 염관이 말했다.
“내가 기억하건대 강서(마조 스님의 문하)에 있을 때 보니, 어떤 스님이 마조 대사에게 부처와 법과 달마 조사의 뜻을 물었다. 대사께서 대답하기를, ‘그대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니라.’고 하셨는데, 그 뒤로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스님의 행방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
몇 사람의 제자를 불러 앞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산에 들어가 그를 만나게 되면 “마조 대사께서는 요즘 비심비불(非心非佛;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이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윽고 그들은 대매산으로 법상을 찾아가 염관이 미리 일러준 대로 말했다.
“요즘에 와서 마조 스님의 말씀이 좀 달라지셨습니다.”
“아니, 어떻게?”

(앗! 30년 간 진리인 줄 알고 고생한 게 ‘꽝’이란 이야기???)

“비심비불이라고 하십니다.”
법상은 내뱉듯 말했다.
“그 늙은이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군. 그가 비록 그렇게 말한다 할지라도 나는 오로지 즉심즉불일 뿐이야!”
염관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찬탄하였다.
“서산(西山)의 매실(梅實)이 익었으니, 그대들은 가서 마음대로 따먹으라.”
이때의 일을 마조 대사께서도 전해 듣고 이와 같이 말했다.
“매실이 다 익었구나!”
이런 일이 있은 지 2, 3년도 안 되어 대매산의 대중이 수백 명에 이르렀고, 납자들을 맞아하는데 대답하는 말씀이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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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 바란다. '전문가'가 되어 그 분야에서는 세계의 누구를 갖다 놓아도 토론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의 세계를 확보하는 사람들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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