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가면 된다...
Min Gu 교수님이 개최한 학회였는데, 후한 지원을 받았다. 한국에서 하는 학회에선 초청연사에게 이런 지원을 해 주는 건 불가능하다. Plenary 연사라면 모를까...
이 학회에서 초청발표와 좌장 역할을 했고, 오늘 저녁엔 특이(?)한 경험까지 했다.
여기 오기 전에 호주 물리학회 빅토리아 지부 췌어가 연락이 와서 나보고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이 챕터를 위한 open lecture를 해 달라고 했다. 목요일 낮에 해 달라길래, 내가 목요일엔 한국 가기 때문에 못 하겠다고 거절하자 수요일 저녁 6:30 에 해 달라고 해서, 누가 들으러 올까 생각하며 수락했는데, 역시, 황당... 이 대학 물리학과 홈페이지에까지 공고가 났던데, 학생은 한 명만 들어오고 교수들만 들어왔다. 학생 동원을 안 한 모양...
내가 플라즈모닉스와 3D 디스플레이를 연구한다고 말하고, 한 시간 동안 플라즈모닉스를 열심히 떠들고 질문에 대답하고 했는데, 그 다음엔 3D 디스플레이 이야기도 해 달라고 해서 또 발표를 했다... 10명이 채 안 되는 청중을 대상으로 연속 두 번을 세미나를 한 경험은 처음이다... 내가 한 60 번 정도 외국에서 초청발표를 한 것 같은데...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결국 여기도 좋은 학생들이 물리를 안 하려고 해서 교수들이 힘든 모양이다. 나를 초청한 사람은 멜버른 대학 물리학과에 있다가 최근 빅토리아 대학 바이오 학과로 옮긴 사람인데, 결국 물리학과보다 바이오 학과가 학생들을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옮긴 주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여기 학회엔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 노다, 카와타, 젤루데프, 벤 이글턴(이 사람은 뭐 시드니 사람이니..) 등...
네이처 자매지 급에 논문을 못 낸 사람은 뭐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다... (사실 우리도 하나 있긴 하지만 묻어서 나간 거기 때문에 우리가 냈다고 할 순 없다.)
네이처 포토닉스의 associate editor도 왔는데, 나도 아는 사람이다. 네이처의 편집진은 학자가 아니라 직원들이다. Nature Photonics 의 impact factor가 24가 넘었다고 한껏 자랑을 하더군... 투고된 논문 중 편집자 선에서 짤리지 않고 심사에 들어가는 논문이 18% 정도 비율이고, 심사에 들어가면 그 중 반이 탈락해서, 결국 채택률이 9% 정도라고 한다.
Min Gu 교수님/James Chon박사님 그룹에서 최근 Nature에 논문을 냈다. Min Gu 교수 말에 의하면 최경식 박사가 귀국하지 않고 좀 더 있었으면 거기 이름이 들어갔을 거라고 하더군... 김 휘 박사에 대한 인상도 좋아 기회가 되면 데려오고 싶은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영어권 어떤 대학에서 온 교수가 내게 와서 내게 테뉴어를 줄 테니 옮기는 걸 고려해 보라고 하더군... 편지까지 만들어 와서...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면 가는 걸 심각히 고려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다른 데 가면 여러분처럼 똑똑한 학생들을 구할 수 있겠는가? 큰 연구비 따기도 힘들고...그게 옮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이건 호주건 교수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구비 따는 거다... 연구비 프로포잘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볼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NSF 과제 경쟁률은 10:1 이상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프로포잘 영어가 신통치 않으면 일단 제끼고 본다고 하더군...
사람은 욕심이란 게 끝이 없다. 또, 좀 다른 면으로 말하자면 어울리는 무리들 속에서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 연구실은 학구적인 분위기를 잘 갖추고 있어서 (맞겠지?) 좋은 논문을 써야한다는 분위기를 공감하고 있는데, 다른 대학들 보면 아무래도 학생들의 관심사가 빨리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이라서 학생들을 데리고 좋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말씀하는 교수들을 본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알고 지내는 외국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 많은 경우는 누구다 하면 세계에서 모두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다. 거기 비하면 우리는 좀 초라하다. 우리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내가 어울리는 무리(?) 속에서는 내가 연구실적도 변변찮으면서 허세나 떨거나 정치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염려스러울 때도 있다.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외국 학회 일을 하게 되다 보니... (멜번에 와서도 OSA와 전화 회의를 했다...)
여러분도 눈을 높이길 바라며, 그래야 또 그 레벨에 올라 갈 가능성이 있다.
옛말에 그른 게 별로 없다. 유유상종이라고, 또는 친구를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어디 놀러갈까 뭐 이런 걸 궁리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고, 어떤 연구를 할까 뭐 이런 걸 논의하는 동료들이 되길 바란다...
열심히 한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하면 처음부터 잘 될 가능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