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2012.01.01 10:15

이병호 조회 수:6503

슬로바키아와의 국경지역 근처의 산에 와서 일주일을 있었고 이제 새해 첫 날 바르샤바로 돌아간다.

눈 오는 산속을 하이킹도 하고 스키도 타고 했다. 내 가족과 쿠자빈스카 교수님 가족 등 모두 14명이 함께 여행을 왔다. 모두 친절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지내지만 놀기도 힘들다.

우선 나는 이렇게 오래 놀아 본 적이 없고, 낮에는 트래킹 등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엔 모여서 술 마시며 노래하곤 한다. 한국에서 해 보지도 않은 키넥트 엑스박스 게임을 여기 와서 해 봤다. 그 교수님이나 남편이나 나보다 12-13살 위인데, 대단한 체력들이다.

이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보면 구슬픈 가락의 노래가 많다.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폴란드 사람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네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무지 노력해 온 것 같다. 음식도 독특한 것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 음식 문화를 보면 좀 천박하다고 느낄 법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정서가 비슷하여 정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이 퀴리 부인이 두 번 째 노벨상을 받은 지 100주년이 되는 때여서, 폴란드 정부에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 여성 과학자 15인을 선정한 모양이다. 거기 말고자타 쿠자빈스카 교수님도 포함 되었다고 한다. , SPIE 회장까지 지낸 저명인사이니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전에 이런 글을 인용한 적이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진리를 발굴하려는 과학자는 항상 자유롭고 평온한 정신을 가지면서, 만약 가능하다면 Bacon이 말했듯이 인간적 감정에 의해 ‘젖은’ 눈을 결코 갖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끌로드 베르나르)

 

실은, 개인의 감정이나 사견에 따라 왜곡되지 않은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엄밀하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가 아니라 지성인이라면 그런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미쳐가고 정보는 넘쳐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 올바른 정신과 혜안을 갖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마리아 스쿼도프스카가 바르샤바를 떠나 프랑스로 간 것도 성차별이 없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 그랬다고 하니, 폴란드가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긴, 그 시절이라면 폴란드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기 보다는 소르본 대학의 앞선 정신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할 것이다. 1903년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에 여성을 포함시켰다는 것도 노벨 재단의 놀라운 결정이다. 1901년에 노벨상이 시작되었으니 세 해째 만에 여성 수상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의 연방정부 헌법에서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게 1920년이다.

 

아우슈비츠도 한 번 가보려 한다. 바르샤바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거기서 15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것이 히틀러 한 사람의 책임인가? 그 사람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면 다른 독일인들은 마음이 가벼워지겠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유명한 독일 철학자는 나치 시절 나치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게 큰 결점이다. 군중에 휩쓸리지 않고 항상 깨어 있는 지성이 필요하다.

 

과학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든가, 과학은 항상 객관적이라는 것은 일종의 망상이다.

어느 연구분야에 연구비를 투입하느냐를 정하는 것도 사람이고 심지어 정치가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이 싸이언스나 네이처 등의 저명 논문지에 나오는 논문들 중 중요성이나 그 의미를 과장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환경은 교수들에게 논문을 써 대게 하고, 이제는 추세도 바뀌어 판단 기준이 숫자에서 임팩트 팩터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 외국 어떤 논문지에 게재된 논문들 중 우수논문과 우수학생논문을 선정하는 위원회 일을 내가 했는데, 우수학생 후보 논문으로 두 개가 위원들 간에 팽팽한 경쟁을 벌였다. 그 중 한 논문의 저자들이 좀 비슷한 것을 거의 동시에 다른 저널에도 냈다는 걸 내가 찾아 위원들에게 알려주었다. 그걸 보고 한 심사위원은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논문 쪼개기를 하는 세파를 좇아 가는 것을 개탄했다. 미국 명문대에서 나온 논문인데

하지만 어쩌랴, 그 학생은 그렇게 논문을 많이 만들어야 직장(특히 대학에) 잡기가 유리하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세상 일이 그렇다.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비판하다가도 막상 자기 자녀가 커 가면 세태를 거스르기 어렵다.

 

아무튼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가 의미를 두는 일을 해 보자는 게 새해를 맞아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있다. 내 기억이 지금 정확하진 않지만 원칙이 서너 가지인데, 일단 옆의 물고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옆의 물고기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인다는 원칙으로 시작을 하면 처음에 랜덤 하게 움직이던 물고기들이 곧 떼를 지어 옮아 다니게 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를 발견한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무슨 원리이다. 한 마디로, 물고기 떼가 이동하는 데에 리더가 없다는 거다. 간단한 몇 개 규칙만 있으면 그리 된다는 거다.

그룹에 휩쓸리지 않는 물고기 만이 거기서 벗어나 큰 틀을 볼 수 있다.

여러분도 깨어 있는 지성으로 틀을 벗어나 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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