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우수논문상 - 황치영

2012.02.25 00:55

이병호 조회 수:8396

오늘 전기공학부 졸업식 행사에서 황치영이 석사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고 답사를 했다. 졸업 전까지 외국 저널에 논문 세 편을 게재했다. Optics Express 두 편, IEEE Photonics Journal 한 편. 후배들은 본받길...

학부 졸업생 중에는 우리 연구실에 들어오는 김준수와 박현수가 최우등 졸업상 (총장상)을 받았다. 성적만 좋은 게 아니라 연구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내가 학부를 졸업할 때에 공과대학에서 학점이 제일 높았다. 사실 학점수도 많이 들어서 한 학기 전에 조기졸업 하겠냐는 전화도 학과 사무실에서 받았었다. 안 했지만.

지금 전기공학부 사무장인 이영근 선생님이 그 당시 전자공학과 직원이셨다.

 

내가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 한 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내가 졸업하기 전 해까지는 졸업식에서 한 명 주는 대통령상을 단과대학별로 매년 돌아가면서 해당 단과대 수석 졸업자에게 주곤했다. 그러다가 내가 졸업할 때 규정이 바뀌어, 전체에서 학점이 제일 높은 학생이 대통령상을 받는 것으로 되었다. 그 규정이 안 바뀌었다면 공과대학 차례였다. 아무튼 그게 바뀌어서 의대 졸업생이 그걸 받고 나는 세 번째 상인가를 받았는데 그게 문교부장관상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런 게 자랑할 만 한 게 못되는 (오히려 욕 먹는?) 세상이었다. 그 날도 학생들이 졸업식 거부를 한 상태라서, 박사, 석사 졸업자들과 수상자들만 졸업식장에 들어갔다. 사실 나는 공부말곤 잘 되는 게 없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간지 기자 한 사람이 내게 와서 왜 졸업식에 들어갔었는지를 물어 당혹스러웠다. 아마 내가 무슨 철학이 있어서 졸업식에 들어간 학생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세월이 많이 바뀌어 이젠 공부를 안 하는데에 명분이 없다. 열심히 공부하기 바란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느끼겠지만, 성적이 좋다고 반드시 연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내가 졸업할 때에 공대의 여러 학과 수석 졸업생들을 보면 지금 우리 공대에서 교수 하는 양반도 있고 잘 된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의 명문대에 유학 갔다가 일이 잘 안 풀린 사람도 있다. 인생은 새옹지마이고 또, 연구에는 성적 좋은 거와는 좀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우리집 큰 애에게 내가 가끔 자랑했지만 우리 애가 콧방귀를 뀌다가 이제 정말이냐고 묻는 게 있다.

내가 대학 들어갈 때에는 학력고사란 게 유일한 기준이었다. 면접도 형식적인 인성 면접이 전부였다.

내 학력고사 점수가 높아 전국 어느대학의 어느 학과건 다 갈 수 있었다. 실기시험만 없는 곳이라면....

이유는 어느학과의 정원 수보다도  내 전국등수가 작은 숫자였다.

그런데, 다행히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과외금지 조치가 있었다.

이제 우리 애를 학원에 할 수 없이 보내는데, 그 배우는 양이 놀랍다. 지금 같은 시절에 내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과연 그 고액과외들을 다니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면 지금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이끌어 갈 우리나라의 미래는 훨씬 밝을까?

이런 교육 왜곡을 생각하다 보면 분통이 터지지만 아무튼 당장 창의과제나 잘 해야겠다는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이야기 하다 보니, 내 자랑이 되고 말았다. 17여년 간 교수 생활하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이야기 하진 않았었다.

결론은, 성적의 수월성이 아니라 연구의 수월성을 보여주는 여러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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