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타오르는 빛의 聖殿이

2015.08.06 06:29

이병호 조회 수:1405

301 3층의 학생 휴게공간 유리면에 정희성 시인의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시가 부착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원본과 다른 버전들이 돌아다니고, 패러디 하여 서울대를 비판/비난하는 버전이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한 번 읽어 보길...

정희성 시인은 서울대 국문과 동문이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시로 고등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듯하다

 


여기 타오르는 빛의 聖殿이

서울대학교 종합 캠퍼스 기공식에 부쳐

 

정희성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을 보게 하라

이마가 시원한 봉우리

기슭이마다 어린 예지의

오랜 朱羅紀의 을 씻어내린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듯이

의 이마에 흐르는 보배로운 기름이여

영원한 생명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원으로 기약한 이날

헤어졌던 이마를 비로소 마주대고

여기 새로 땅을 열어

한 얼의 슬기를 불 밝히니

‘진리는 나의 빛’

이 불이 밝히는

오 한 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온갖 불의와 邪惡과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그 어둠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 서울대학교

 

뼈 있는 자의 길을 보아라

뼈 있는 자가 남기는 이념의 단단한 뼈를 보아라

저마다 가슴 깊이 사려둔 이념은

오직 살아 있는 자의 골수에 깃드니

속으로 트이는 이 길을

오 위대한 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雄飛의 새 터전

이 靈峰과 저 기슭에 어린 瑞氣를

가슴에 서리 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기둥을 보아라

온갖 어두움을 가르며

빛이 빛을 따르고

뼈가 뼈를 따르고

산이 산을 불러 일어서니

또한 타오르는 이 길을

영원한 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聖殿 예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을 보게 하라

 

<1971.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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