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도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 길거리 있는 나무들이 단풍이 드는 것을 보니 버들골과 기숙사 후문길에 아름답게 물들던 단풍이 생각납니다.
제가 유럽에 오기 전에는 미국이나 유럽은 같은 서양 문화권이어서 많은 것들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유럽의 한 나라이지만 조금 살아 보니 많은 것들이 다른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다민종의 국가이고, 지식과 자본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외국 사람들에게라도 쉽게 열려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효율성과 무한 경쟁이라는 기준으로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독일과 같은 유럽의 나라들은 단일 민족 국가이고,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와 역사가 있어서 다른 민족들게 그렇게 쉽게 열려 있는 시스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가치가 경제적인 효율성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의 나라들 중에서도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편리함 뿐만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복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식당을 제외한 모든 상점들의 영업 시간을 국가에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곳 베를린은 월-토요일은 오후 8시 정도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에는 아예 문을 닫습니다.
가끔 일요일에 먹을 거리가 떨어져서 불편함을 느낄 때는, 밤 12시에 자동차를 몰고 Wal-Mart 같은 곳에 가서 먹거리를 샀던 미국에서의 편리한 생활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일요일에도 상점들이 문을 연다면 매출액이 많이 증가하고 사람들이 더 편안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독일 사람들의 다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은 음료수 병같은 것도 재활용 시스템이 철저하여서 분리수거할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음료수를 살 때 분리수거 후 돌려 받게 되는 병 값도 미리 내야하는데, 그 병 같이 매우 비쌉니다. 예를 들면 0.5 리터 생수가 0.75 Euro하는데, 플라스틱 용기는 0.25 Euro입니다. 이렇게 되니 번거롭더라도 분리수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효율성이나 편안함보다는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빈 병 자동 분리수거기 앞에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는 번거로움을 참아내는 독일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에 있을 때, 분리 수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병은 따로 분리 수거하지 않는다는 대학 기숙사 직원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학문적으로 이런 독일 사람들의 느리지만 철저하고 꼼꼼한 사고의 방법과 시스템은 현재의 환경에 맞추어 빨리 변해야 하는 전자, 컴퓨터보다는 물리, 화학, 기계, 의학에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독일에도 세계화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미국에서 중요한 요소인 경쟁, 효율, 개방성의 요소를 많이 도입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한 예로서 평준화 되어 있는 독일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10개 정도의 엘리트 대학을 지정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육성한다고 합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도 그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가 있으니, 우리의 실정에 맞게 서양의 문화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늘 연구하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Alles gute (Everything hope to be good)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가을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