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교수님 이하 선후배님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틈틈이 연구실 게시판에 들어와서 많은 소식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잘 지내지만, 요즘은 순대국이 너무 먹고싶습니다.

어제 저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 잠깐 들릴 데가 있어서 차를 주차해 놓았습니다.
저녁 11시 정도 집에 가려고 차에 돌아와 보니까
제 차 운전석의 창문이 없었습니다.

차에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차를 훔쳐가려고 했는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핸들 밑을 뜯어서 전선을 자르고
시동을 걸려는 흔적이 있었습니다.

차가 완전히 맛이 가서 시동도 안 걸리고...  
경찰에 전화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서 번호를 몰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다가
결국 친구에게 물어서 경찰서 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분명 아까까지 누가 제 뒤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범인들이 저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요...

주차장은 제가 있는 빌딩 앞의 주차장이었으므로
저는 security guard를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문은 다 잠겨 있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거의 항상 없는 것 같습니다  ;;)

제가 빌딩 옆으로 가면서 얼핏 보니까...
어떤 흰 물체가 뛰어나오더니 제 차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헛 것을 본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자세히 보니까 헛 것이 아니고 사람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범인들을 쫓아가서 잡아야 할 지,
아니면 경찰을 기다려야 할 지 고민하였습니다.
범인들은 제가 사라진 것을 보고 차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범인들이 흉기를 들고 있었고...
괜히 무리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경찰에 전화하는 제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봐서
저도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자동차의 크랙션 (horn) 소리가 크게 3번이나 울려서
가까이 가 보았더니 자동차에 불이 나고 있었고,
누군가 fence를 넘어 달려 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범인들이 저에게로 달려 올 줄 알았으나, 도망가 버렸습니다.

차는 곧 완전 불에 휩싸여 버리고, 소방차가 오고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은 신고하자 10분 뒤에 왔지만, 소방차는 불을 끄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제 차는 거의 1시간을 타더니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경찰차도 타 보고, 경찰서 취조실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집에 오니까 새벽 3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돈을 노린 범행은 아니었습니다.

범인들은 크랙션 소리를 내서 동네 사람들을 부를 정도로 대담한 놈들인 것 같습니다. 장난으로 그런건지, 정신병자인지, 아니면 저에게 원한이 있었겠지요. 물론 제 생각에는 저는 영국에서 남에게 원한을 살 만할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007 영화를 너무 많이 본 십대들의 장난일 확률이 크죠....

요즘 영국 생활에 정 떨어질만한 일들이 몇 건 있었습니다.
맛이 간 얘들이 너무 많은 것 같고...  긴급상황인데도 경찰에 신고하는 데에만 10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왜케 전화를 돌리던지... ;;;;